사진 이수형.
당시삼백수 정선 46. 終南別業 종남산 별장
王維 왕유.
중년 들어 자못 불도(佛道)를 좋아하게 되어
늘그막에 남산 기슭에 거처를 정했다.
흥이 일면 매양 홀로 가 소요하며
좋은 일은 그저 나 홀로 알 뿐.
걸어가다가 시냇물 끝난 곳에 이르면
앉아 구름 뭉게뭉게 피어나는 모양을 바라본다.
우연히 숲 속 노인이라도 만나면
담소하느라 돌아갈 때조차 잊는다.
中歲頗好道, 晩家南山陲.
興來每獨往, 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偶然値林叟, 談笑無還期.
주석
종남산의 별장에서 홀로 소요하며 자연을 감상하는 것을 묘사한 시이다. 인연에 맡기는 선취(禪趣)와 한적함을 묘사하고 있다. 개원(開元) 29년(741), 왕유는 종남산에 은거하였는데, 이 시는 이 시기에 지었다.
❖終南(종남): 종남산(終南山). 남산(南山)이라고도 한다. 당(唐)나라 수도 장안(長安)의 남쪽을 동서로 달리는 산맥. 왕유의 망천(輞川) 별장은 이 산 계곡에 있었다.
❖別業(별업): 별장. 여기서는 망천(輞川) 별장.
❖中歲(중세): 중년의 나이.
❖道(도): 도. 여기서는 ‘불교의 도(道)’를 말한다.
❖家(가): 동사로 쓰여 ‘거처한다’는 의미이다.
❖陲(수): 변방. 언저리. 기슭.
❖勝事(승사): 좋은 일. 훌륭한 일. 유쾌한 일. 도를 깨닫는데 도움이 되는 일.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행도수궁처, 좌간운기시): 발길 닫는 대로 가다가 물길 끝난 곳에 이르면, 앉아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것을 바라본다.
유폐운(兪陛雲)은 시경천설(詩境淺說)에서 “물길이 끝나는 곳까지 거닐어가니 행로가 막혀버린 듯하나, 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것을 쳐다볼 때 그 묘한 경지가 무궁하여, 처세와 세상일의 변화가 무궁하고 배울 수 있는 의미 또한 무궁함을 깨닫게 된다.”고 하였다.
❖空(공): 단지. 공연히. 헛되이.
❖値(치): 만나다.
❖叟(수): 늙은이. 노인.
❖無還期(무환기): 집으로 돌아갈 때를 잊는다.
평설
愚案: 도연명이 「귀거래사(歸去來辭)」 서문에서 피력했듯이, “쌀독에 쌀이 없고 생활비를 마련할 방도가 없기에(缾無儲粟, 生生所資, 未見其術)”, 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 시속(時俗)과 타협하며 살고 있었던 적이 있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왕유는 그런 면에서 행복한 사람이다.
왕유(王維)는 이 시의 제4구에서 좋은 일은 홀로 안다고 했는데, 마음 통하는 벗과 더불어 좋은 경치를 바라보고 구름이 피어나는 것도 즐기며 느낄 수 있다면 더 아니 좋으랴. 때로 생활을 벗어나 왕유가 느끼며 즐겼던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신도 돌아보며 삶의 활력소를 찾아보는 여유를 자주 만끽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작가.
왕유(王維): 701-761
자는 마힐(摩詰), 조적(祖籍)은 태원 기현(太原祁縣: 지금의 산서성 祁縣)이다. 상원(上元) 원년(760)에 상서우승(尙書右丞)이 되어, 세상에서는 “왕우승(王右丞)”이라고 불렀다. 성당(盛唐) 산수전원시파의 대표로 인정되고 있다.
역주.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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