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당시삼백수 정선 49. 過故人莊 벗의 농장에 들러
孟浩然 맹호연
벗은 닭 잡고 기장밥 마련해 놓고
농장으로 나를 초대하네.
푸른 나무는 마을을 둘러싸고
청산은 성곽 밖에 비스듬히 펼쳐 있네.
마루 문 여니 마당과 채마밭 바라보이는데
술잔 잡고 농사일 얘기하네.
중양절 되길 기다렸다가
다시 국화꽃을 구경하러 오라 하네.
故人具雞黍, 邀我至田家.
綠樹村邊合, 靑山郭外斜.
開軒面場圃, 把酒話桑麻.
待到重陽日, 還來就菊花.
주석
농가의 한적하고 편안한 정경을 묘사한 전원시이다.
❖過(과): 들르다. 배방(拜訪)하다.
❖故人(고인): 벗. 오랜 친구.
❖雞黍(계서): 닭과 기장. 농가의 풍성한 음식을 가리킨다.
❖邀(요): 맞이하다. 초대하다.
❖合(합): 둘러싸다.
❖軒(헌): 창문.
❖面(면): 바라보다. 마주하다.
❖場圃(장포): 넓은 마당과 채마밭.
❖把酒話桑麻(파주화상마): 술잔을 들고, 뽕과 삼이 잘 자라는 지 곧 농사가 잘 되는 지 얘기하다. 고대에는 자주 뽕나무와 삼[桑麻]으로서 농사를 비유하였다. 도연명의 「귀전원거(歸田園居), 其二」 시에는 “서로 만나도 잡스런 말은 없고, 뽕나무와 삼이 잘 자라는가만 얘기한다(相見無雜言, 但道桑麻長)”이라는 시구가 있다. 여기서는 도연명의 전원시적인 분위기가 농후하다.
❖重陽日(중양일):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 온 가족이 높은 곳[山]으로 올라가 머리에 산수유 가지를 꽂고서 액땜을 하였다고 한다.
❖就菊花(취국화): ‘와서 국화를 구경하라’. 취(就)는 ‘나아가다’인데, 여기서는 ‘나아가 구경하다’의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작가.
맹호연(孟浩然): 689-740
양주 양양(襄州襄陽: 지금의 호북성 襄樊)사람이다. 젊어서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였으며, 개원(開元) 연간에 장안(長安)으로 들어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급제하지 못했다. 맹호연은 비록 종신(終身)토록 포의(布衣)였지만, 당시의 시명(詩名)은 아주 컸다. 맹호연은 오언시에 가장 뛰어나, “천하에서 그 지극히 아름다움을 칭송하였다”.
역주.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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