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당시삼배수 정선 44. 過香積寺 향적사에 들러
王維 왕유
향적사(香積寺)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더니
구름 덮인 봉우리 들어가길 몇 리 길.
고목 사이론 오솔길조차 없는데
깊은 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샘물 소리 가파른 바위틈에 목메어 울고
햇살은 푸른 솔숲에 비춰 차갑다.
저녁 어스름 호젓한 연못 굽이에
편안히 좌선하여 독룡[번뇌]을 제압한다.
不知香積寺, 數里入雲峰.
古木無人徑, 深山何處鐘.
泉聲咽危石, 日色冷靑松.
薄暮空潭曲, 安禪制毒龍.
주석
이 시는 왕유가 향적사를 유람할 때 그 느낌을 기록한 것이다. “저녁 어스름 호젓한 연못 굽이에, 편안히 좌선하여 독룡[번뇌]을 제어한다(薄暮空潭曲, 安禪制毒龍)”에서는 왕유 자신이 불현듯 솟아오르는 번뇌를 좌선으로 녹이고 새로운 생명력을 나타내고 있다.
❖過(과): 지나가다가 들르다.
❖香積寺(향적사): 옛 터가 지금의 섬서성 서안(西安) 남쪽 100리쯤 되는 자오곡(子午谷)에 있다. 당대(唐代) 불교의 명찰.
❖雲峰(운봉): 구름 덮인 봉우리.
❖咽危石(열위석): 가파른 바위에 목이 메다. 咽(열): 오열하다. 목이 메다. 危石(위석): 가파른 바위.
❖薄暮(박모): 저녁 무렵. 해질녘. 황혼.
❖空潭曲(공담곡): 텅 빈 연못 굽이.
❖安禪(안선): 불교용어. 편안하게 좌선하여 심신이 선정(禪定)의 경지에 들다. 좌선(坐禪)하다. = 입정(入定).
❖制毒龍(제독룡): 독룡[번뇌]을 제압하다. 毒龍(독룡): 불교에서 인간의 망념이나 번뇌를 비유한다. 열반경(涅槃經), “다만 내 거처에 독룡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성질이 난폭하고 급하여 해를 끼칠까 염려된다(但我住處, 有一毒龍, 其性暴急, 恐相危害).”
저자.
왕유(王維): 701-761
자는 마힐(摩詰), 조적(祖籍)은 태원 기현(太原祁縣: 지금의 산서성 祁縣)이다. 상원(上元) 원년(760)에 상서우승(尙書右丞)이 되어, 세상에서는 “왕우승(王右丞)”이라고 불렀다. 성당(盛唐) 산수전원시파의 대표로 인정되고 있다.
역주.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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