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당시 삼백수 정선 38. 旅夜書懷 나그네의 밤 회포
杜甫 두보.
잔 풀 강 언덕엔 실바람이 불어오고
높이 돛을 단 배엔 외로운 밤이 깃든다.
별들은 너른 평야 위에 쏟아지고
달은 흐르는 큰 강 위로 솟는다.
이름이 어찌 문장으로 드러나리오
늙고 병들어 벼슬은 이제 쉬어야 하리.
떠도는 이내 신세 무엇과 같은가?
천지간에 한 마리 모래톱 갈매기.
細草微風岸, 危檣獨夜舟.
星垂平野闊, 月湧大江流.
名豈文章著, 官應老病休.
飄飄何所似, 天地一沙鷗.
주석
두보는 당(唐) 대종(代宗) 영태(永泰) 원년(765년: 두보 54세) 1월 엄무(嚴武)의 막부에서 직무를 사직했다. 4월, 그가 의지하던 엄무가 죽자, 5월에 가족을 데리고 성도(成都)의 초당(草堂)을 떠나 배를 타고 동쪽으로 내려가 9월에 운안(雲安: 지금의 쓰촨 성 雲陽縣)에 도착하여 잠깐 머물렀다. 이 시는 5월, 유주(渝州: 지금의 重慶)․충주(忠州: 지금의 忠縣) 일대를 지나갈 때 쓴 것이다. 경치를 묘사함으로써 의지할 곳 없는 작가의 방황과 정회를 펼치고 있다.
❖書懷(서회): 회포를 쓰다.
❖危檣(위장): 높은 돛대.
❖大江(대강): 長江을 가리킨다.
❖名豈文章著(명기문장저): 나의 이름이 어찌 문장으로 드러나겠는가?
❖應(응): 어떤 판본에는 ‘인(因)’이라 했다.
❖飄飄(표표): 떠도는 모양.
여설
2005년 여름, 충북 보은에 은거하며 노년을 보내셨던 고(故)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댁에서 그에게 이 시에 대해 질의했다. 노사(老師)는 이 시를 다음과 같이 번역했는데, 간결하며 음미할 만하다. 여러 해 동안 방학 때면 보은으로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했었는데 그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바람맞은 가는 풀
외로운 밤 높은 돛배
너른 평야에 비춘 별빛
일렁거리는 강물에 비친 달빛
이름 없는 문장
늙은 벼슬아치
이것저것 무엇과 같은가
천지의 한 갈매기로다.
저자.
두보(杜甫): 712-770
자는 자미(子美)이고, 원적(原籍)은 양양(襄陽: 지금의 호북성 襄樊)이다. 그의 13세조(世祖)는 두예(杜預)로서, 경조 두릉(京兆杜陵: 지금의 섬서성 長安縣 동북) 사람이다. 그러므로 두보는 자칭 “두릉포의(杜陵布衣)”라고 했다. 증조부는 공현(鞏縣: 지금의 하남성 鞏義)로 이사를 갔다. 두보는 일찍이 장안성 남쪽 소릉(少陵) 부근에 거주한 적이 있다. 그래서 또 자칭 “소릉야로(少陵野老)”라고 하여, “두소릉(杜少陵)”이라고 불렸다. 후에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을 맡은 적이 있어, 후세에 “두공부(杜工部)”라고 칭해졌다. 두보는 중국 고대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시성(詩聖)”이라고 불리었다. 그의 시는 당시의 정치․군사․사회의 상황을 전면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시사(詩史)”라고 했다. 후인들은 그와 이백(李白)을 병칭하여 “이두(李杜)”라고 했다.
역주.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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