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당시삼백수 정선 37. 奉濟驛重送嚴公四韻 봉제역에서 재차 엄무를 보내며 지은 사운시(四韻詩)
두보 杜甫
멀리 보내나니 여기서부터 이별이라
청산은 부질없이 정만 자꾸 더해주네.
어느 때에 다시 술잔 함께 들 수 있을까
어제 밤엔 달빛 아래 그대와 거닐었지.
여러 고을에서는 (그대를) 노래하며 (그대의 이임을) 애석해하고
(그대는) 세 분의 임금에 걸쳐 조정을 드나들며 영화로웠지.
강촌에 나 홀로 돌아가는 그곳
쓸쓸히 여생을 보내렵니다.
遠送從此別, 靑山空復情.
幾時杯重把, 昨夜月同行.
列郡謳歌惜, 三朝出入榮.
江村獨歸處, 寂寞養殘生.
주석
이 시는 대종(代宗) 보응(寶應) 원년(762)에 지었다. 두보는 엄무(嚴武)가 조서를 받아 이임하여 입조(入朝)하는 것을 송별하고 있다. 두보는 촉(蜀)에서 엄무의 막료가 되어 그로부터 여러 방면의 도움을 받아 매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奉濟驛(봉제역): 지금의 사천성 면양현(綿陽縣)에 있다.
❖嚴公(엄공): 엄무(嚴武). 자(字)는 계응(季鷹), 화음(華陰: 지금의 섬서성 華陰) 사람. 당시 성도윤, 검남절도사(成都尹, 劍南節度使)로 있었다. 숙종(肅宗)이 죽고 대종(代宗)이 즉위하자 엄무를 불러 입조하게 되었다. 두보는 이 시를 지어 전송하고 있다.
❖四韻(사운): 배율(排律)의 용어로, 한 연(聯)에 한 운(韻)으로 모두 몇 연을 쓰든 운(韻)으로 셈하기 때문에 ‘사운(四韻)’은 곧 8구이다. 이는 율시(律詩)이며, 단지 제목에서의 변화만을 기했을 따름이다.
❖幾時杯重把, 昨夜月同行(기시배중파, 작야월동행): 여기서는 엄무와 만날 기약이 없고 옛 즐거움을 다시 하기 어렵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列郡(열군): 여러 고을. 동천(東川), 서천(西川)의 속읍(屬邑)을 가리킨다.
❖惜(석): (엄무가 이임하는 것을) 애석히 여긴다.
❖三朝(삼조): 현종(玄宗), 숙종(肅宗), 대종(代宗)의 세 조정을 가리킨다.
❖出入榮(출입영): 엄무는 조정의 여러 중책을 맡아 드나들며 영화로웠다.
❖江村(강촌): 강마을. 여기서는 두보가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溪) 가의 초당(草堂)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을 완화초당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두보초당이라고 한다. 필자가 2003年 유람했는데 그 구역이 시대를 지남에 따라 점차 확대되었다고 한다.
❖7-8구: 엄무가 떠난 후 두보가 느끼고 있는 적막감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
두보(杜甫): 712-770
자는 자미(子美)이고, 원적(原籍)은 양양(襄陽: 지금의 호북성 襄樊)이다. 그의 13세조(世祖)는 두예(杜預)로서, 경조 두릉(京兆杜陵: 지금의 섬서성 長安縣 동북) 사람이다. 그러므로 두보는 자칭 “두릉포의(杜陵布衣)”라고 했다. 증조부는 공현(鞏縣: 지금의 하남성 鞏義)로 이사를 갔다. 두보는 일찍이 장안성 남쪽 소릉(少陵) 부근에 거주한 적이 있다. 그래서 또 자칭 “소릉야로(少陵野老)”라고 하여, “두소릉(杜少陵)”이라고 불렸다. 후에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을 맡은 적이 있어, 후세에 “두공부(杜工部)”라고 칭해졌다. 두보는 중국 고대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시성(詩聖)”이라고 불리었다. 그의 시는 당시의 정치․군사․사회의 상황을 전면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시사(詩史)”라고 했다. 후인들은 그와 이백(李白)을 병칭하여 “이두(李杜)”라고 했다.
역주.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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