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33. 浣溪沙
서문(徐門)의 석담(石潭)에서 비가 온데 대한 감사의 제사를 지내고, 길가에서 5수를 짓다.
徐門石潭謝雨, 道上作五首
其一
붉은 햇빛에 따스해진 다홍빛 연못물 속에 물고기 보이고
이어진 시냇물엔 녹음 짙어 저녁 까마귀 숨는구나.
어린아이 늙은이들 한데 모여 즐거워라.
사슴은 사람 만나 서먹서먹하지만
원숭이는 북소리 듣고 몰려오니 부를 필요도 없네.
집에 돌아와 뽕따는 아낙에게 이야기해 주네.
照日深紅暖見魚.
連溪綠暗晩藏烏.
黃童白叟聚睢盱.
麋鹿逢人雖未慣, 猿猱聞鼓不須呼.
歸家說與釆桑姑.
[주석]
. 題序: 一作, “徐門의 石潭에서 비가 내린 데 대한 감사의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는 도중에 5수를 짓다. 石潭은 성의 동쪽 20리 되는 곳에 있는데, 항상 泗水가 불고 줄어듦에 따라 맑아졌다 흐려졌다 한다(徐門石潭謝雨道上作五首. 潭在城東二十里, 常與泗水增減淸濁相應).”
徐門: 徐州를 가리킨다.
. 石潭: 徐州城 동쪽 20리에 있다.
. 謝雨: 비의 神에게 감사드리는 제사. 당시 徐州는 봄 한 발이 있어, 徐州知州인 동파는 일찍이 기우제를 지냈다. 결국 비가 와서, 그는 아랫사람들을 이끌고 石潭에 가서 감사 제사를 지냈다.
. 連溪綠暗晩藏烏: 시냇물 주위에 버드나무가 무성하여 까마귀가 숨을 만하다,
. 黃童: 어린아이.
. 白叟: 백발의 노인.
. 睢盱(휴우): 기뻐하는 모양.
. 姑: 나이가 젊은 여자의 칭호.
[창작시기] 43세(元豐元年, 戊午, 1078) 초여름에 서주(徐州)에서 지었다.
[해제]
원풍원년 서주에서는 봄 가뭄이 엄청났는데, 동파는 태수로서의 상례에 따라 석담(石潭)에 가서 기우제를 지냈다. 얼마 후 드디어 비가 내리자 그는 또 비에 감사드리는 제사를 올렸다. 돌아오는 도중에 비가 와 즐거워하는 농촌의 모습을 목도하고 이 완계사 5수를 창작하였다.
초여름 비가 온 후 보리를 수확하는 시절의 농촌 풍광을 묘사하였는데, 생동감 넘치는 풍속화와 같다. 그 가운데 시인의 정취가 스며들어 있어 마치 동파 자신이 말한 “태수는 원래 이 안의 사람이다”와 같지만, 묘사와 순박하고 절절하여 그 흥취가 무궁하다.
소동파 이전의 문인사(文人詞) 가운데 때로는 농촌을 제재로 한 작품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들이 묘사한 어부나 빨래하는 여인, 연밥 따는 아낙 등은 실제로는 은사(隱士)의 화신(化身)이거나 문인적 정취가 투영되어 있는 민간의 여자이다. 동파의 이러한 농촌 제재의 사는 흙냄새가 물씬 배어나는 시골의 풍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그가 창시한 호방 사파의 중요한 성과이다.(王)
이 연작의 사는 원풍 원년에 지어졌다. 작자는 농촌생활 계열의 평범하고 대표적인 장면을 선별하여 생동적으로 봄 가뭄 때에 비가 온 후 백성들의 희열을 생동적으로 반영하여 청신하고 소박하게 표현하였는데, 그 맛이 아주 풍부하다.
其一은 농촌의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한데 모여서 함께 노는 모습, 정겨운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농촌생활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
其二는 시골 여자의 순박하고 사랑스러움과 노소(老小)의 기쁨이 양양한 것을 묘사하고 있다.
其三은 아가씨가 누에를 켤 때의 기쁨과 농부의 풍년 기원을 묘사하고 있다.
其四는 초여름 농촌 행사의 정취를 묘사하고 있다. 其五는 총결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작자는 아름다운 자연에서의 농촌생활에 대면하여 가슴으로부터의 찬미를 발하고 있으며, 동시에 전원으로 돌아가 농경을 영위하고자 하는 염원을 드러내고 있다.(王王)
소동파 사선 동영상 음성편.
* 저자 소개: 蘇東坡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 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 후 연구원(한국 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 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 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 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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