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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시선 - 황주유배와 사환후기]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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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소동파 시선 - 황주 유배와 사환 후기] 원전

10. 새벽에 파하(巴河) 어구에 이르러 자유(子由)를 맞이하다
曉至巴河口迎子由

작년 어사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 거동조차 할 수 없었지.
컴컴한 백 척(百尺)의 우물 안과 같아
하늘을 우러러봐도 한 구석 없이 꽉 막혔었지.

담장 너머에선 노래하고 부르는 소리 떠들썩한데
스스로 내 계책 글렀다고 한탄하네.
시를 짓고도 차마 적질 못하고
괴로운 눈물만이 종이와 붓을 적시었지.

이제 남은 여생 또 얼마나 다행인가
즐거운 일은 오늘에 있으리.
강물은 거울 면처럼 맑은데
안개비는 살짝 휩싸여 있다.

외로운 배는 오리와 같이
천 이랑 푸른 물결을 갈라 나간다.
듣자 하니 그대는 자호에 있다던데
만나려 한다면 지척 거리이다.

아침에 바람 부는 향내 좋고
배에 단 깃발은 서북쪽을 향한다.
장차 강물 흐름 가운데 그대를 마중 나가면
웃는 얼굴엔 맑은 광채 넘치겠지.

생각건대 이 지방에서 늙음을 보낼 만하니
긴 대나무밭엔 돌과 샘물 있네.
가씨의 숲을 사서
그대를 기다려 은거할 수 있기를 작정하네.

去年御史府, 擧動觸四壁.
幽幽百尺井, 仰天無一席.
隔牆聞歌呼, 自恨計之失.
留詩不忍寫, 苦淚漬紙筆.
餘生復何幸, 樂事有今日.
江流鏡面淨, 煙雨輕羃羃.
孤舟如鳧鷖, 點破千頃碧.
聞君在磁湖, 欲見隔咫尺.
朝來好風色, 旗脚西北擲.
行當中流見, 笑眼淸光溢.
此邦疑可老, 修竹帶泉石.
欲買柯氏林, 茲謀待君必.
(권 20)

[주석]

. 御史府(어사부): 어사대(御史臺) 감옥.
. 漬(지): 적시다.
. 羃羃(멱멱): 덮다.
. 磁湖(자호): 자호. 후베이 성 무창(武昌) 대야현(大冶縣)에 있다. 당시 소철(蘇轍) 일행은 수로(水路)로 오다가 풍랑을 만나, 배는 자호에서 이틀 머무르고 있었다.
. 行(행): 장차.
. 疑(의): 생각건대.
. 修竹(수죽): 긴 대나무.
. 茲謀待君必(자모 대군 필): 그대를 기다려 은거할 수 있기를 작정하네. 가씨(柯氏)의 언덕을 사려는 계획은 그대[아우]가 오면 결정하겠다.

[해제]

45세(원풍 3년, 1080) 5월 말, 동파의 아우 소철(蘇轍)은 남도(南都: 허난 성 상구商丘 남쪽)로부터 형수 왕윤지(王閏之)와 조카 소태(蘇迨), 소과(蘇過)를 데리고 황주(黃州)로 오게 된다. 동파는 파하(巴河: 황강 현黃岡縣 동쪽 43리) 어구로 그를 맞이하러 가서 이 시를 지었다. 먼저 작년 감옥에서의 처절한 고통의 정경을 추억하고, 그다음에 황주에서 배를 타고 가족을 기다리는 정을 묘사하고 있다. 고난으로부터 한가로움으로 정조가 변하고 있다.(劉)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 산문, ()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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