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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水龍吟 소동파 사선 방울방울 떨어지는 이별한 사람의 눈물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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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44. 水龍吟

장 질부(章質夫)의 <양화사(楊花詞)>에 차운하여

꽃인 듯한데 다시 보면 꽃 아닌 듯
아까워하는 사람 없이 땅에 떨어지게 내버려 두니
집에 날아들거나 길가에서 나부끼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래도
문득 무정하기도 하고 애틋한 정을 품고 있기도 하다네.
연약한 애간장은 엉켜 찢어지고
어여쁜 두 눈은 곤하게 취해서
뜨려고 하다가는 다시금 감기네.

꿈결에 바람 따라 만리 길 달려
임 가신 곳을 찾아다니다가
꾀꼬리 소리에 또다시 잠이 깨었네.

이 꽃이야 다 날아가도 아까울 게 없건만
서쪽 정원에 떨어진 붉은 꽃을
옛 가지에 다시 붙일 수 없어 안타깝구나.

새벽이 되어 한바탕 비가 지나면
떨어진 버들 꽃의 자취를 어디서 찾을까?
버들 꽃은 연못 가득히 가녀린 부평으로 변하여 떠다니리.

봄빛을 셋으로 나누어 본다면
그중의 둘은 흙에 떨어져 티끌 되고
그 중의 하나는 물결 위에 떨어져 떠다닌다.

자세히 보아하니
그것은 버들 꽃이 아니라
방울방울 떨어지는
이별한 사람의 눈물이거늘.


 



次韻章質夫楊花詞

似花還似非花, 也無人惜從敎墜.
抛家傍路, 思量却是, 無情有思.
縈損柔腸, 困酣嬌眠, 欲開還閉.
夢隨風萬里, 尋郞去處, 又還被․鶯呼起.

不恨此花飛盡, 恨西園․落紅難綴.
曉來雨過, 遺踪何在? 一池萍碎.
春色三分, 二分塵土, 一分流水.
細看來, 不是楊花, 點點是, 離人淚.

[주석]

. 章質夫: 이름은 절(楶), 浦城人. 1024年생. 吏部郞中, 同知樞密院事를 역임하였으며, 시호(諡號)는 莊簡이다.

. 楊花: 버드나무(楊樹)의 버들개지, 성질은 柳樹의 버들개지와 같다. 그러므로 楊花는 자주 柳絮(버들개지), 柳花(버들꽃)와 混稱한다.

. 抛家傍路, 思量却是, 無情有思: 버들 꽃이 길가에 떨어지니, 생각건대 무정한 사물 같기도 한데 도리어 참 정을 품고 있다.

. 夢隨風萬里, 尋郞去處, 又還被, 鶯呼起: 꿈에 혼이 바람을 따라 만리 밖에 이르러 사랑하는 임을 찾는데, 뜻밖에 그 아름다운 꿈이 또 꾀꼬리 울음소리에 놀라 깬다.
여기서는 버들 꽃의 정처 없이 나는 모양을 비유하고 있다.

. 一池萍碎: 옛날에 버들 꽃이 물에 떨어지면 부평초로 변한다는 말이 있다.

陸佃의󰡔埤雅․釋草󰡕에 “세상에서는 버들 꽃이 물에 떨어지면 부평초로 변한다고 말한다”라 하였다.

동파의 <再次韻曾仲錫荔枝>에 “버들 꽃이 물에 닿으면 수많은 부평초가 된다.(柳花着水萬浮萍)”라 하였고, 또 이 시의 自注에, “버들은 지극히 쉽게 산다. 날리는 버들잎이 물 위에 떨어지면 하룻밤이 지나자 곧 부평초가 된다”라고 했다.

동파의 위 詞 「一池」구의 自注에 “버들 꽃이 물위에 떨어지면 부평초가 된다. 시험해 보니 진실로 그러하더라”라고 했다. 이는 다만 들은 것을 전한 것에 불과하다.

[창작 시기] 46세(元豐4년, 辛酉, 1081)에 황주(黃州)에서 지었다. 󰡔東坡集󰡕, 권 52의 <與章質夫>에 의거하면, 이 詞가 황주 시기에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해제]

이 영물사(詠物詞)는 버들 꽃이 날려 떨어지는 정황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버들 꽃이 절로 피고 절로 떨어지는 고적함을 빌어 봄에 상심하는 그윽한 원망의 정을 전하고 있는데 애절하게 사람을 감동시키고 있다.

사람과 꽃이 서로 호응하여 정경이 융화되고 있다. 각도가 여러 차례 전환하여 자연과 연결되고 있다.

하편(下片)은 의론이 비록 많으나 정경(情景)에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작자의 구상의 정묘함과 필력의 탁월함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동파사 가운데 완약(婉約) 풍격의 대표작이다.(王王)

장 질부(章質夫)는 <수룡음․양화사(水龍吟․楊花詞)>를 지었다. 동파는 그의 원운(原韻)에 차운(次韻)하여 이 사를 지었다.

왕궈웨이(王國維)는《인간 사화(人間詞話)》권상(卷上)에서 “동파의 <수룡음․버들 꽃을 읊다(水龍吟․詠楊花)>는 차운(次韻)하였는데도 원작 같고, 장 질부의 사는 원작인데도 차운한 것 같으니, 그 재질을 억지로 할 수 없음이 이와 같다”고 했다.

이 말은 장질부의 양화사(楊花詞)가 버들의 정감을 핍진(逼眞)하게 묘사했지만, 동파의 이 사는 확실히 일반적인 차운 작품같이 운에 맞추려고 견강부회한 결점이 없다는 의미이다.

이 사의 전체 내용은 버들 꽃으로 님을 그리는 여인을 비유한 것이다.

글자마다 버들 꽃의 정감을 묘사했고, 또 곳곳마다 님 그리는 여인의 정을 곡진(曲盡)하게 묘사한 것이다.

사물과 사람 두 가지가 가까워질 듯 멀어질듯하고, 가까워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아, 님 그리는 여인네의 가슴속의 애원(哀怨)을 버들 꽃을 빌어 멋들어지게 묘사하고 있다.

사물을 묘사하는 것은 또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함이다. 이는 서정 예술의 수준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 사가 비록 이별한 님을 그리는 여인네를 묘사한 전통적인 제재에 대한 모의(模擬) 작품이며 차운(次韻)의 성질을 띠고 있긴 하지만, 또한 유배생활에서 작자 자신의 고달프고 서글픈 일면을 곡절적으로 반영하고 있다.(王)

[평설]

愚案: 차운시가 원작의 수준을 뛰어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조지훈의 <완화삼>을 박목월이 차운한 <나그네>가 더욱 알려진 경우도 있다
장 질부(章質夫)의 작품을 차운한 동파의 이 <수룡음(水龍吟)>은 원작의 한계를 뛰어넘은 수준이면서도, 훨씬 자연스레 작자의 역량을 잘 발휘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버들 꽃을 빌어, “봄빛을 삼분(三分)하면 2/3는 진토(塵土) 요, 1/3은 유수(流水)인데, 자세히 보면 그것은 버들 꽃이 아니라 방울방울 떨어지는 이별한 님의 눈물이거늘”이라는 표현은 함축적이면서도 뛰어나다.

* 저자 소개: 蘇東坡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 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 후 연구원(한국 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 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 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 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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