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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사선 51. 산기슭 냇가에 난초의 새 움이 터 계곡 물에 적시고 浣溪沙(山下蘭芽短浸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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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소동파사선 51. 산기슭 냇가에 난초의 새 움이 터 계곡 물에 적시고 

浣溪沙(山下蘭芽短浸溪)


기수(蘄水)의 청천사(淸泉寺)에서 노닐다. 절이 난계(蘭溪) 위에 있는데, 시냇물이 서쪽으로 흐른다


산기슭 냇가에 난초의 새 움이 터 시냇물에 젖고

솔밭 사이 모랫길은 진흙 하나 없이 씻은 듯 깨끗한데

쏴아 내리는 저녁비 속에 소쩍새 울어댄다.


누가 말했나. 인생에 젊음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고.

문 앞의 냇물은 오히려 서쪽으로 흐르거늘

사람도 다시 젊어질 수 있으니

백발이라고 세월이 덧없이 감을 한탄하지 말게나.


遊蘄水淸泉寺. 寺臨蘭溪, 溪水西流


山下蘭芽短浸溪.

松間沙路淨無泥.

蕭蕭暮雨子規啼.


誰道人生無再少, 門前流水尙能西.

休將白髮唱黃雞.


[주석]


. 蘄水(기수): 縣의 이름. 지금의 호북성 희수현(浠水縣)이다.

. 淸泉寺: 蘄水 外門 밖 2리 쯤에 있다. 왕희지가 붓을 씻었다고 전하는 洗筆泉이 있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 子規: 두견새. 옛날, 蜀帝 杜宇의 혼이 변하여 이 새가 되었다고 전하는데, 울음소리가 처량하다.

. 唱黃雞: 시간이 빨리 감을 탄식하는 것을 가리킨다. 黃鷄는 백거이의 <醉歌>시에서 유래한다. 白居易의 <醉歌, 示妓人商玲瓏>시에:


胡琴 연주를 마치고 秦瑟을 가리고서

玲瓏(歌妓 商玲瓏)이 재배하여 노래를 막 마친다.

누가 말하는가? 사또(백거이 자신)가 노래를 모른다고

금빛 닭과 흰 태양을 노래하는 것을 들어보게나.

금빛 닭은 새벽을 재촉하여 丑時에 울고

흰 태양은 세월을 재촉하여 酉時에 사라진다.

허리춤 붉은 인끈 온전하지 않고

거울 속 붉은 얼굴 이미 사라졌네.

영롱아, 영롱아, 늙음을 어이할꼬.

내가 노래하면 너도 다시 노래하게나.

罷胡琴, 掩秦瑟, 玲瓏再拜歌初畢.

誰道使君不解歌, 聽唱黃鷄與白日.

黃鷄催曉丑時鳴, 白日催年酉前沒.

腰間紅綬繫未穩, 鏡裏朱顔看已失.

玲瓏玲瓏奈老何, 使君歌了汝更歌.


여기서 백거이는 “금빛 닭은 새벽을 재촉하고”, “흰 태양은 세월을 재촉하여”라고 하여 세월이 빨리 흐르는 것을 이야기했으나, 이 사에서 동파는 그 뜻을 반대로 사용하였다. 동파의 다른 시구에 “금빛 닭이 새벽을 재촉하더라도 근심할 것 없다(黃鷄催曉不須愁)”(<與臨安令宗人同年劇飮>)가 있다.

. 下片 3구의 의미: 누가 인생에 청춘이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나. 문 앞의 계곡 물 오히려 서쪽으로 흐르는 것을. 다시는 백발을 상심하지 말고 세월이 빨리 흘러간다고 슬피 탄식하지 마라. 중국의 대부분의 강이 동으로 흐르는데, 난계의 물은 오히려 西로 흐른다. 그것을 인생에 비유하여, 사람도 다시 젊어질 수 있으니, 세월의 빠름을 느끼지 말자.


[창작시기] 47세(元豐5년, 壬戌, 1082) 3월에 청천사(淸泉寺)를 유람하고 지었다.


[해제]


당시 동파는 막 손 병(手疾)을 치유하자 곧 의사와 함께 청천사로 유람을 갔다. 상편은 난계(蘭溪)의 깨끗하고 그윽한 경치를 묘사하였다. 하편은 눈앞의 경치를 보고 즉흥적으로 감흥을 토로하고 있다. 서쪽으로 흐르는 시냇물은 작자를 깨우쳐주고 있다. 단지 생활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충만하기만 하면, 인생에서 다시 청춘을 맞이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낙관적인 정서가 충만하여 있다.(王王)


[참고자료]


동파의 산문 <사호 유람(遊沙湖)>(일명 <遊蘭溪>)


황주에서 동남쪽으로 30리 떨어진 곳에 사호가 있는데, 나사점(螺師店)이라고도 한다. 나는 거기에 밭을 사려고 살펴보러 갔다가 병에 걸렸다. 그러다가 마교(麻橋)사람 방안상(龐安常)이 병을 잘 고치나 귀머거리라는 소문을 듣고서, 드디어 내 병을 고치러 갔다.

방안상은 비록 귀머거리이긴 하나 총명이 남달라 종이에다 글자를 써 주면 몇 자 적기도 전에 문득 남의 뜻을 깊이 이해하였다. 나는 그에게 농담으로 “나는 손으로 입을 삼고, 그대는 눈으로 귀를 삼으니, 우리 둘 다 한 시대의 이인(異人)이구려.”라고 말했다.

나의 병이 다 낫자 그와 함께 청천사(淸泉寺)로 유람을 갔다. 그 절은 기수(蘄水: 지금의 호북성 浠水) 외성 성문 밖 2리쯤에 있었는데, 왕희지(王羲之)가 붓을 씻던 샘이 있었다. 물맛이 매우 단데, 밑으로 난계(蘭溪)에 임하여 그 냇물은 서쪽으로 흐른다. 나는 노래(詞)(<浣溪沙>詞)를 지었다.


산기슭 냇가에 난초의 새 움이 터 계곡 물에 적시고

솔밭 사이 모랫길은 진흙 하나 없이 씻은 듯 깨끗한데

쏴아 내리는 저녁비 속에 소쩍새가 울어댄다.


누가 말했나. 인생에 젊음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그대 보는가. 문 앞의 냇물은 오히려 서쪽으로 흐르거늘

백발머리 두고 누런 닭이 (새벽 재촉하여) 운다고 말하지 말라.

(세월이 덧없이 감을 한탄하지 말게나)

이날 통쾌하게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黃州東南三十里爲沙湖, 亦曰螺師店. 予買田其間, 因往相田得疾. 聞麻橋人龐安常善醫而聾, 遂往求療. 安常雖聾, 而潁悟絶人, 以紙畵字, 書不數字, 輒深了人意. 余戱之曰, “余以手爲口, 君以眼爲耳, 皆一時異人也.” 疾癒, 與之同遊淸泉寺. 寺在蘄水郭門外二里許. 有王逸少

洗筆泉, 水極甘, 下臨蘭溪, 溪水西流. 余作歌云,

“山下蘭芽短浸溪, 松間沙路淨無泥,

 蕭蕭暮雨子規啼. 誰道人生無再少,

 君見流水尙能西, 休將白髮唱黃鷄.”

 是日劇飮而歸.


[동파의 산문 <遊沙湖>의 해제]


방안상(龐安常)에 대한 인물묘사는 극히 간략하여, 귀는 먹었지만 남달리 총명하다는 특징을 기록하고 있다. ‘한 사람(동파 자신)은 입 대신에 손을 쓰고, 한 사람(방안상)은 귀 대신에 눈을 쓰고 있으니, 두 사람 모두 보통사람과 다르다’라는 작자의 유머가 섞인 장난말은 그 풍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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