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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사선 52. 달빛은 들판의 출렁이는 얕은 강물을 비추고 西江月(照野瀰瀰淺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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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소동파사선 52. 달빛은 들판의 출렁이는 얕은 강물을 비추고 

西江月(照野瀰瀰淺浪)


근래 황주(黃州)에서 봄날 밤에 기수(蘄水) 주위를 가다가, 주막에 들러 술을 마시고 취했다. 달빛을 타고서 개울에 놓여있는 다리 위에 이르러, 말안장을 풀고는 팔을 베고 취해 누워서 잠시 쉬었다. 깨어보니 벌써 새벽이었다. 산들이 울멍줄멍 둘러싸여 있고 냇물소리는 출렁출렁 들려오니 아마도 속세가 아닌 듯했다. 이에 다리기둥에다가 이 사(詞)를 쓴다


달빛은 들판의 출렁이는 얕은 강물을 비추고

층층 구름은 은은하게 하늘에 걸려 있다.

말다래도 풀기 전에 옥총마(玉驄馬)는 좋아서 펄펄 뛰는데

나는 취한 채 향내나는 풀밭에서 잠들고 싶어라.


개울 가득 선선한 바람과 휘영청한 저 달빛 

영롱한 저 달빛을 (말이) 짓밟아 부수지 말도록 하라.

안장 풀어 베개삼아 버들잎이 푸른 다리 위에 누웠더니

어느 새 두견새 울음소리 봄 새벽을 알린다.


頃在黃州, 春夜行蘄水中. 過酒家飮酒, 醉. 乘月至一溪橋上, 解鞍曲肱, 醉臥少休. 及覺已曉, 亂山攢擁, 流水鏗然, 疑非人世也. 書此語橋柱上


照野瀰瀰淺浪, 橫空隱隱層霄.

障泥未解玉驄驕.

我欲醉眠芳草.


可惜一溪風月, 莫敎踏碎瓊瑤.

解鞍欹枕綠楊橋.

杜宇一聲春曉.


[주석]


. 題序: 󰡔蘇軾詞編年校註󰡕, 作, “春夜行蘄山水中, 過酒家, 飮酒醉. 乘月至一溪橋上, 解鞍曲肱少休. 及覺已曉, 亂山葱蘢, 不謂人世也. 書此詞橋柱上”.

. 頃: 근래.

. 蘄水(기수): 여기서는 물 이름을 가리킨다. 호북성 蘄春을 지나 장강에 유입된다.

. 解鞍: 안장을 풀다. 말에서 내리다.

. 攢擁(찬옹): 밀집하다. 둘러싸다.

. 瀰瀰: 물이 넘치게 흐르는 모양. 瀰: 물 가득 찬 모양 미.

. 照野瀰瀰淺浪, 橫空隱隱層霄: 달빛이 넓은 평야를 비추며 기수 물은 잔잔하게 출렁거리고, 층층 구름은 어슴푸레 하늘에 빗겨 있다.  

橫空隱隱層霄: 󰡔蘇軾詞編年校註󰡕, 作, “橫空曖曖微霄”.

. 障泥: 말다래. 장니. 진흙이 사람의 옷에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말의 배 양쪽에 늘어뜨린 것. 비단이나 삼베로 만들어졌다.

. 玉驄: 玉花驄. 唐玄宗이 기른 명마로, 여기서는 널리 ‘좋은 말’을 가리킨다. 驄: 털빛이 푸르고 흰 것이 섞인 말. 푸른빛을 띤 부루말. 驕: 우쭐대다. 뽐내다. 활기를 띠다. 씩씩하다.

. 障泥未解玉驄驕: 말이 말다래를 몸에 걸치어도 정신은 왕성하다는 의미이다.

. 可惜: 可愛. 사랑스럽다.

. 瓊瑤: 아름다운 옥. 여기서는 물 가운데 달빛이 고운 것을 가리킨다.

. 可惜一溪風月, 莫敎踏碎瓊瑤: 의미는 다음과 같다. 온 시내의 맑은 바람과 영롱한 달빛이 사랑스러우니, 말로 하여금 물에 들어가 물 속의 달 그림자를 밟아 부수지 말도록 하라. 󰡔蘇軾詞編年校註󰡕, 作, “可惜一溪明月, 莫敎踏破瓊瑤.”

. 解鞍欹枕: 안장을 벗고 베개를 기울이다. 말에서 내려 잠에 들다.

. 杜宇: 두견새.


[창작시기] 47세(元豐5년, 壬戌, 1082년) 3월에 황주(黃州)에서 지었다.  


[해제]

작자가 봄날 밤에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휘영청 밝은 달빛에 심취하여 물아상망(物我相忘)의 경지에 도달함을 묘사하고 있다. 말을 ‘옥총(玉驄)’이라 하고, 다리를 “녹양(綠楊)”이라고 하였으며, 시내에 비친 달은 ‘구슬’과 같고, 너른 평야에는 ‘향내나는 풀’이 있어, 티끌세상이 아닌 심리를 돌출시키고 있다. 실제로는 유배생활에 대한 일종의 기분전환이자 항쟁이다.(王王)



* 저자소개: 蘇東坡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曹圭百조규백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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