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당시삼백수 정선 26. 行路難, 三首, 其一 세상살이 어려워라
이백(李白)
금 술 단지에 맑은 술 한 말 값이 만 냥
옥 소반에 좋은 안주는 만전(萬錢)의 값어치.
잔 멈추고 젓가락 던져 차마 먹지 못하고
칼 빼어 사방을 돌아보니 마음은 아득하다.
황하를 건너려하나 얼음이 강물을 막고
태행산[태항산]을 오르려하나 눈[雪]이 하늘에 가득하다.
한가로이 푸른 시냇물에 낚싯대 드리우다가
홀연히 배를 타고 임금계신 장안을 꿈꾼다.
세상살이 어려워라, 세상살이 어려워라
갈림길도 많았거니 지금 내 갈 길 어디에 있는가?
긴 바람 타고 파도 헤치는 그 큰 뜻 모름지기 때가 있으리니
높은 돛 바로 달고 창해(滄海)를 건너리라.
金樽淸酒斗十千, 玉盤珍羞値萬錢.
停杯投箸不能食, 拔劍四顧心茫然.
欲渡黃河冰塞川, 將登太行雪滿天.
閑來垂釣碧溪上, 忽復乘舟夢日邊.
行路難, 行路難.
多歧路, 今安在
이백이 관직을 사직하고 집에 돌아와 강호를 방랑할 때의 번민과 방황을 묘사하고 있다.
❖行路難(행로난): 악부(樂府) 「잡곡가사(雜曲歌辭)」의 옛 제목. 세상길의 어려움 및 이별의 슬픔을 내용으로 하였다.
❖斗十千(두십천): 한 말의 술이 만전의 값이 나간다. 술이 좋아 술값이 매우 높다는 것을 말한다. 조식(曹植), 「명도편(名都篇)」, “돌아와 평락관에서 잔치할 제, 맛좋은 술 한 말에 만전이라(歸來宴平樂, 美酒斗十千).”
❖珍羞(진수): ‘羞’는 ‘饈’와 같다. 맛좋은 음식. 진귀한 안주.
❖値(치): 값어치. 顧靑 編注, 唐詩三百首에서는 “直”이라 하였다.
❖太行: 태항산. 태행산(太行山).
❖雪滿天(설만천): 눈이 하늘을 덮었다.
❖垂釣碧溪上(수조벽계상): 전해 오는 말에, 강태공(姜太公)이 주 문왕(周文王)을 만나기 전에, 위수(渭水) 반계(磻溪)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日邊(일변): 태양의 옆. 수도의 부근, 혹은 제왕의 좌우. 황제가 있는 수도. 장안(長安)을 가리킨다.
❖長風破浪(장풍파랑): 송서(宋書), 「종각전(宗慤傳)」의 기록에 의하면, 종각은 포부가 어떠한가라는 숙부 종병(宗炳)의 물음에 대답할 때, “긴 바람을 타고서 만리의 파도를 깨뜨리길 바란다(願乘長風破萬里浪).”고 하였다고 한다.
춘향전에 나오는 한시:
금동이의 맛좋은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더라.
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
작가
이백(李白): 701-762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조적(祖籍)은 농서 성기(隴西成紀: 지금의 감숙성 秦安)이며, 중아시아 쇄엽성(碎葉城)에서 태어났다. 이백은 천재적인 시인이다. 두보는 그를 칭찬하여 “이백은 시가 무적이라, 표연하여 그 생각 무리들과 다르다(白也詩無敵, 飄然思不群)”(「春日憶李白」), “붓을 들면 비바람을 놀래게 하고, 시가 이루어지면 귀신을 흐느끼게 한다(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寄李白」)라 하였다. 왕안석(王安石)은 일찍이 이백 자신의 시구를 사용하여 이백의 시를 “맑은 물에서 연꽃이 나온 듯하여, 천연스러워 수식을 하지 않는다(淸水出芙蓉, 天然去雕飾)”라 평하였다.
역주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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