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21. 登幽州臺歌
유주대에 올라
陳子昻
앞으로는 옛사람 보이지 않고
뒤로는 올 사람 보이지 않는다.
천지의 아득함을 생각하며
홀로 서글피 눈물만 흘린다.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
이 시는 만세통천(萬歲通天) 초년(初年)(696)에 진자앙(陳子昻)이 군대를 따라 거란을 정벌할 때 누각에 올라서 지었다.
인생의 짧음과 우주의 무궁함을 개탄하였다. 유주대에 올라 천지고금을 생각하며 그 감회를 적은 시이다.
진자앙이 건안왕(建安王) 무유의(武攸宜)를 따라 거란을 토벌하러 갔을 때, 유주(幽州)에서 지었다. 무유의는 외척(外戚)으로 군사에 관한 일을 알지 못했다.
진자앙은 계책을 올렸으나 그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못 울적하였다.
이 때문에 유주대에 올라 옛날 악의(樂毅)와 연 소왕(燕昭王)의 고사(故事)에 느낌이 있어 이 노래를 이루었다.
幽州臺(유주대): 계북루(薊北樓). 계구(薊丘), 연대(燕臺)라고도 한다. 전해 오길, 연 소왕(燕昭王)이 인재를 초빙하기 위해 세운 황금대(黃金臺)로, 옛 터가 지금의 북경시에 있다. 幽州(유주): 군명(郡名)이며, 치소(治所)는 계(薊)로, 지금의 북경 대흥현(大興縣)에 있다.
悠悠(유유): 아득하다. 무궁무진한 모양.
愴然(창연): 서글피.
愚案 : 무한한 시간의 흐름, 광막한 공간 속에 장대한 포부에 불타던 작자가 현 북경 근교의 유주대(幽州臺)에 올라 감회를 노래한 시다. 당시 소인배 상관이 진자앙(陳子昻)의 건의를 묵살하고 오히려 그를 강등시켰다. 이러한 때 홀로 유주대에 올라 천지의 유유함 속에 자신의 이상과 현 위상을 생각하고는 이 시를 지으며 눈물짓는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절절한 감정이 잘 어우러진 좋은 시이다.
1987-1988년 사이 겨울 대학원생 시절 당시삼백수 윤독회(唐詩三百首輪讀會)에 참여하고 있던 때, 나는 이 시를 읽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무언가의 포부와 감동이 되살아났다. 짧은 하나의 시가 이렇게 감동을 주었다면 이는 반드시 성공작이리라. 지금도 가끔 이 시를 읽으면서 내 삶을 다시 되새겨 보고 앞날을 생각해 본다.
참조
이퇴계의 시조
고인도 날 못 뵈고 나도 고인 못뵈
고인을 못뵈어도 녀던 길 앞에 있네.
작가
진자앙(陳子昻): 661-702
자(字)는 백옥(伯玉), 재주 사홍(梓州謝洪: 지금의 사천성에 속한다) 사람이다. 인대정자(麟臺正字), 우위주조참군(右衛冑曹參軍), 우습유(右拾遺)를 역임했다. 세상에서 “진정자(陳正字)” 혹은 “진습유(陳拾遺)”로 칭해졌다. 성력 원년(聖曆元年: 698)에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현령(縣令) 단간(段簡)에게 모함당해, 감옥에서 죽었다. 진자앙은 초당(初唐) 시가혁신의 선구자가 되어, 제량시풍(齊梁詩風)을 반대하고 “한위풍골(漢魏風骨)”의 부흥을 제창하였다.
역주소개.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역서로 『중국의 문호 소동파』(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소동파사선(蘇東坡詞選)』(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하)』(공저), 『史記世家(하)』(공역), 『천자문주해(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蘇軾詩硏究」(박사논문), 「『詩經 ․ 鄭風』 愛情詩 小考」, 「출사와 은퇴 간의 갈등과 그 해소 - 蘇軾詩의 한 단면」, 「陶淵明시에의 동일화 양상과 陶詩의 창조적 수용 - 蘇軾詩의 한 단면」, 「蘇軾詩에 나타난 현실세계와의 괴리와 그 해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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