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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 시선-사환전기 淸吟雜夢寐(청음잡몽매): 꿈결에 시를 읊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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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호수가에서 밤에 돌아가며
湖上夜歸

나는 술 마심에 술 그릇 다 비울 정도는 아니고
반쯤 취해 거나하니 술맛 더욱 흥겨워라.
가마타고 호숫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니 시원한 기분이다.

고산(孤山) 서쪽으로 가니
밤기운이 이미 어두컴컴하네.
꿈결 속에 맑게 시를 읊조리니
시구를 얻었으나 금방 잊어버리네.

아직도 기억나네, 배꽃 핀 마을에서
산들산들 꽃향내가 바람에 날려 오던 일
성안에 들어오니 어느 때쯤일까?
빈객은 반쯤 사라져가 버렸네.

졸리는 눈으로 홀연 놀래 두리번거리니
사하당 거리의 불빛이 화려하구나.
손뼉 치며 껄껄 웃는 시가지의 사람들
내 모습은 숲 잃은 사슴 같다.

비로소 산과 들의 자태를 깨닫게 되었는데
특이한 정취에 취해 스스로 추스리기 어렵다.
인생사는 편안함이 즐거운 것
내 여태껏 벼슬길 잘못 살아왔다네.

我飮不盡器, 半酣味尤長.
籃輿湖上歸, 春風灑面涼.
行到孤山西, 夜色已蒼蒼.
淸吟雜夢寐, 得句旋已忘.
尙記梨花村, 依依聞暗香.
入城定何時, 賓客半在亡.
睡眼忽驚矍, 繁燈鬧河塘.
市人拍手笑, 狀如失林麞.
始悟山野姿, 異趣難自强.
人生安爲樂, 吾策殊未良.
(권9)

「주석」

. 器(기): 술잔 등의 주기(酒器).
. 籃輿(남여): 가마. 대나무로 만든 교자(轎子).
. 孤山(고산): 항주 서호 안의 작은 산.
. 淸吟雜夢寐(청음잡몽매): 꿈결에 시를 읊었는데.
. 梨花村(이화촌): 이러한 마을 이름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여기서는 배꽃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다고 여겨진다.
. 依依(의의): 한들거리는 모양.
. 定(정): 필경. 도대체.
. 亡(망): 떠나가다.
. 河塘(하당): 사하당(沙河塘). 항주의 거리이름. 송대(宋代) 때 항주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푸른 기와와 붉은 처마가 있고, 노래와 풍악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 始悟山野姿, 異趣難自强(시오산야자, 이취난자강): 바야흐로 산과 들의 자태를 깨닫게 되었는데, 특이한 정취에 취해 스스로 억지로 하기(추스리기) 어렵다.
. 策(책): 계책. 결정. 나와서 벼슬한다는 의미.

「해제」

이는 38세(희녕熙寧6년, 1073년) 봄에 지었다. 항주 서호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길가에서 느낀 감회를 노래하고 있다. 동파는 주량이 많지 않아, 반쯤 취하니 더욱 흥겹다. 서늘한 봄바람을 맞으며 가마를 타고 가니 날은 어둑어둑하다. 졸면서 시구를 지었으나 금방 잊어버린다. 항주 성안의 번화한 거리 사하당을 지나니 내 모습은 숲 잃은 사슴 같다. 인생사 편안함이 최고인데, 여태껏 벼슬길 잘못 살아왔다고 자책하고 있다.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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