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二. 여로(旅路)
1. 강을 건너 밤에 무창산으로 가면서 황주의 북소리와 나팔소리를 듣다
過江夜行武昌山上, 聞黃州鼓角
맑은 바람 물위에 일렁이고 달빛은 산을 머금었는데
나그네는 밤에 오왕 고개를 넘어간다.
황주에서 들려오는 북소리 나팔소리는 또한 다정하게
남녘으로 가는 나를 전송하고자 멀다않고 따라온다.
강남땅에서는 또 출새곡 들려오는데
절반은 강물소리에 섞여 비장하고 힘차다.
누가 말했던가, 온 나라 곳곳의 소리 한결같다고
자라는 듣고 분해하고 용은 근심하여 나를 위해 가락을 바꾼다.
기억하건대, 강가의 시들어버린 버드나무
아직 죽지 않고 다시 만나니 그 모습 알아보겠네.
훗날 일엽편주 타고 이 강을 거슬러 오를 때
다시 이 출새곡 불며 맞이하고 보내주겠지.
淸風弄水月銜山, 幽人夜度吳王峴.
黃州鼓角亦多情, 送我南來不辭遠.
江南又聞出塞曲, 半雜江聲作悲健.
誰言萬方聲一槩, 鼉憤龍愁爲余變.
我記江邊枯柳樹, 未死相逢眞識面.
他年一葉泝江來, 還吹此曲相迎餞.
(권23)
[주석]
. 武昌(무창): 무창. 지금의 호북성 악성(鄂城)으로, 황주의 맞은 편, 장강의 남안(南岸)에 있다.
. 弄水(농수): 물위에 일렁이다.
. 幽人(유인): 은자. 작자 자신.
. 吳王峴(오왕현): 오왕 고개. 무창(武昌) 서산(西山) 아래에 있다. 삼국시대 손권이 여기에다 길을 뚫었기 때문에 이름을 얻었다.
. 一槩(일개): 한결같다.
. 他年(타년): 훗날.
. 迎餞(영전): 맞이하고 전송하다.
[해제]
49세(원풍 7년, 1084년) 4월, 황주를 떠난 후에 지었다. 『양계만지(梁溪漫志)』에, “동파는 황주를 떠나 밤에 무창(武昌)으로 가다가 동파 쪽을 바라보며 황주의 북소리 나팔소리를 듣고 처연히 눈물지었다”라고 하였다. 末 2구는 그가 장차 황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황주의 북소리 나팔소리로 이 곡을 불어 자신을 환영하기를 바라고 있다. 작자가 황주에 대해 깊은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吳夏蕭)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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