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자유와 함께 한계(寒溪) 서산을 유람하며
與子由同游寒溪西山
한가한 사람은 출입하는데 한계가 없어
아침에 호수 북쪽 유람하고 저녁에 회서[황주]로 가네.
균주에서 술 담당하는 벼슬을 한 그대는 아직 임지에 도착하지 않고
두 다리 걷고 진흙탕 속을 지나네.
그대와 만나고 헤어짐은 구름과 같으니
이 날 손잡고 다님을 함께 아끼네.
흔들흔들 배 타고 전구에 이르니
화살처럼 빨리 달려 오리를 앞질러 가네.
층층 겹겹 초목에 서쪽 고개 어두컴컴하고
콸콸 물 부수어져 하얀 냇물 소리 한계(寒溪) 시내 울리네.
텅 빈 산속 옛 절에는 또 무엇이 있는가.
돌아가는 길은 만이랑 푸른 물결.
나는 지금 기러기 같은 떠돌이
강남에도 강북에도 정착할 곳 없네.
은자가 쓰는 모자 쓰고 (중심가 피해)
시내 중심을 지나가려 하지 않고
지름길로 가려고 새 소롯길 내네.
문득 이별한 뒤가 걱정되어 차마 이곳에 오지 못한다.
그대의 행적 보면 공연히 슬픔만 북받쳐 오른다.
우리가 떠돌아다니는 것이 어찌 하늘의 뜻이겠는가
스스로 어리석기 때문이지 남이 나를 물리친 것 아니네.
가다가 산수를 만나면 문득 탄식한다
그대 이제 가면 소금과 술 감독하느라 바쁠 것이라.
언제나 신선 이팔백을 한 번 만나
서로 백발을 슬퍼하며 불로장생 약을 나눠 가질까.
散人出入無町畦, 朝游湖北暮淮西.
高安酒官雖未上, 兩脚垂欲穿塵泥.
與君聚散若雲雨, 共惜此日相提攜.
千搖萬兀到樊口, 一箭放溜先鳧鷖.
層層草木暗西嶺, 瀏瀏霜雪鳴寒溪.
空山古寺亦何有, 歸路萬頃靑玻璃.
我今漂泊等鴻雁, 江南江北無常棲.
幅巾不擬過城市, 欲踏徑路開新蹊.
却憂別後不忍到, 見子行迹空餘悽.
吾儕流落豈天意, 自坐迂闊非人擠.
行逢山水輒羞歎, 此去未免勤鹽虀.
何當一遇李八百, 相哀白髮分刀圭.
(권20)
[주석]
. 散人(산인): 한가한 사람.
. 町畦(정휴): 밭두둑. 한계.
. 淮西(회서): 황주(黃州)는 회남서도(淮南西道)에 있다. 그러므로 회서(淮西)라고 했다.
. 高安酒官雖未上(고안주관수미상): 균주에서 술 담당하는 벼슬을 한 그대는 아직 임지에 도착하지 않고. 동파가 시로써 조정에 죄를 짓자, 아우 소철(蘇轍)은 이에 연좌되어 감 균주 염주세(監筠州鹽酒稅)로 관직이 깎이었다. 고안(高安)은 균주(筠州)의 옛 이름. 미상(未上): 아직 부임하지 않다.
. 惜(석): 아끼다. 소중히 여기다.
. 西嶺(서령): 서령. 황주의 맞은편에 있다.
. 寒溪(한계): 한계. 황주의 맞은편에 있다.
. 幅巾(복건): 한 폭의 천으로 만든 두건의 하나. 은자가 썼다.
. 李八百(이팔백): 이팔백. 동파의 자주(自注)에, “이팔백(李八百)의 집은 균주(筠州)에 있는데, 예로부터 전해오길, 지팡이를 짚고 하루에 팔백리를 갈 수 있다고 한다.” 이팔백은 이름이 탈(脫)이며, 촉인(蜀人)인데, 당시 사람들은 그의 나이가 팔 백세라고 하여, 호를 삼았다.
. 刀圭(도규): 불로장생약.
[해제]
아우 소철과 함께 한계 서산을 유람하며 지은 시이다. 동파는 떠돌이 인생이라 정착할 곳이 없다. 그러나 작자는 ‘떠돌아다니는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라, 내가 어리석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더불어 불로장생을 희구하고 있다.
소동파시선 - 황주 유배와 사환 후기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러운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 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 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 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 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 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 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 후 연구원(한국 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 추진회(현 한국 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 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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