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少年游
윤주(潤州)에서 지어,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멀리 보내다
작년에 그대를 떠나보내던
여항 문(餘杭門) 바깥에는
눈발이 버들 꽃처럼 흩날렸지.
올해도 봄은 다 가고
버들 꽃이 눈처럼 흩날리건만
집으로 돌아오는 그대 모습 찾을 수 없어라.
발을 걷고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바람과 이슬이 비단 창에 스며들어
달나라 여인 항아(嫦娥)가 쌍 제비 그리워하듯
채색 대들보 위를 비스듬히 비춰주네.
潤州作, 代人寄遠.
去年相送, 餘杭門外, 飛雪似楊花.
今年春盡, 楊花似雪, 猶不見還家.
對酒捲簾邀明月, 風露透窗紗.
恰似嫦娥憐雙燕, 分明照․畫梁斜.
[주석]
. 去年: 熙寧6년(1073).
. 餘杭門: 송나라 때 항주 북문의 하나. 희녕6년 11월, 동파는 항주로부터 潤州로 기근 구제를 가느라 여항 문을 나섰다.
. 還家: 항주로 돌아옴을 가리킨다. 암암리에 고향에 돌아감을 가리킨다.
. 邀明月: 밝은 달을 맞이하여 함께 술을 마시다. 李白의 <月下獨酌> 시에 “술잔을 들고 밝은 달을 맞이한다(擧杯邀明月)”라는 시구가 있는데, 동파 시어의 유래가 된다.
. 風露透窗紗: 바람과 이슬이 비단 창에 스며들어, 썰렁함을 보내 준다.
. 嫦娥(항아): 달 가운데의 女神. 姮娥. 달을 가리킨다.
. 分明: 밝다.
. 畫梁: 채색한 대들보.
. 恰似姮娥憐雙燕, 分明照 畫梁斜: 달빛은 밝게 옥상의 채색 대들보를 비추고 있어, 그 대들보 위에 깃들어 있는 쌍 제비를 동정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서 작자의 고독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 雙燕: 채색한 대들보에 서식하는 두 마리의 제비. 반대 면을 묘사함으로써 嫦娥의 고독한 모습을 비추고 있다.
[창작 시기] 39세(熙寧7년, 甲寅, 1074) 4월, 윤주(潤州)에서 지었다.
[해제]
제목은 “남을 대신해 멀리 보내다(代人寄遠)”이지만, 실은 또한 동파가 당시 출장으로 외지에 있으면서 항주에 있는 친우를 그리워하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상편(上片) 6구는 㰡響經․小雅․采薇㰡 “옛날 내가 출정 나갈 때에는/ 버드나무가 한들거리더니/ 지금 내가 돌아올 때에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네(昔我往矣, 楊柳依依. 今我來思, 雨雪霏霏)”의 구법 구성을 운용하여, 추위와 더위의 계절을 바꾸어도 사람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 감개를 표현하고 있다. 하편(下片)의 4구는 홀로 술을 마시니 술맛이 나지 않아 달을 맞이하여 짝을 삼는다. 달은 감사히 여기지 않고 한 쌍의 제비를 비추고만 있다. 제비를 가련히 여기고 자신을 가련히 여기지 않는데서 작자의 깊은 고적함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王王)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러운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 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 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 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 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 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 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 후 연구원(한국 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 추진회(현 한국 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 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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