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시선-황주 유배와 사환 후기
三. 사환 후기(仕宦後期)
1. 양걸을 보내며
送楊傑
무위자는 일찍이 사신이 되어 태산의 절정에 올라, 닭이 한 번 울 때 일출을 보았다. 또 일찍이 일이 있어 화산을 지났는데, 중양절에 연화봉 위에서 술을 마셨다. 지금 조서를 받들어 고려의 승통(僧統)과 더불어 전당을 유람하였는데, 모두 조정의 일로 방외의 즐거움에 종사하였다. 좋구나, 일찍이 없던 일이다. 이 시를 지어 그를 전송한다.
無爲子嘗奉使登太山絶頂, 雞一鳴, 見日出. 又嘗以事過華山, 重九日飮酒蓮華峯上. 今乃奉詔與高麗僧統游錢塘. 皆以王事, 而從方外之樂, 善哉未曾有也, 作是詩以送之.
태산 정상 천문봉에서 밤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를 손님 예로 맞으니
만 리 붉은 물결에 하늘의 절반이 붉다.
돌아와 평지에서 공 같은 태양이 뛰는 것을 보니
한 점의 황금으로 부어낸 가을 귤 같네.
화산의 태화봉에서 중양절을 맞이하니
공중의 바람이 넘치는 국화주에 분다.
호연지기로 달려 요대 정을 내려오니
무너진 낭떠러지에서 취하여 춤추며 한 번 손을 휘두른다.
정신이 팔방의 끝에 노니니 만 가지 세속 인연이 텅 비고
아래를 보니 (인간이 와글와글 떠드는 것이)
더러운 도랑에 숨어 사는 모기떼의 웅웅 소리와 같다.
대천세계를 한 번 숨 쉬는 사이에 팔십 번이나 돌아왔으니
(세월이 펀듯 지났으니) 빙그레 웃으며 동해를 건너 고래를 탄다.
삼한의 왕자께서 서쪽으로 불법을 구하려 오시니
하늘의 이치를 아는 의천과 사해가 다 아는 양걸은 호적수라.
강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급하여 물결은 산처럼 높으니
뱃사공에게 부탁하여 손님을 잘 보살피라고 말하네.
天門夜上賓出日, 萬里紅波半天赤.
歸來平地看跳丸, 一點黃金鑄秋橘.
太華峯頭作重九, 天風吹灩黃花酒.
浩歌馳下腰帶鞓, 醉舞崩崖一揮手.
神遊八極萬緣虛, 下視蚊雷隱汚渠.
大千一息八十返, 笑厲東海騎鯨魚.
三韓王子西求法, 鑿齒彌天兩勍敵.
過江風急浪如山, 寄語舟人好看客.
(권 26)
[주석]
. 無爲子(무위자): 양걸(楊傑). 양걸은 자(字)는 차고(次公)이니, 무위(無爲) 사람이다. 무위자(無爲子)로 자호(自號)하였다. 양강 공(楊康功)이라고도 한다. 원우(元祐) 연간에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郞)이 되어 윤주지주(潤州知州)로 나가, 양절제점형옥(兩浙提點刑獄)을 제수받았다. 『송사(宋史)』, 「양걸전(楊傑傳)」참조.
고려의 국왕이 그의 아우 승통(僧統) 의천(義天)을 송나라로 파견하여 불법(佛法)을 묻기를 구하고, 경(經)과 불상(佛像)을 가지고 왔다. 신종(神宗)은 양걸에게 명하여 승통을 모시고 각지를 유람하도록 했다. (『문헌통고(文獻通考)』와 『교원유사(敎苑遺事)』에 보인다)
원(元)의 석(釋) 각안(覺岸)은 『석씨게고략(釋氏稽古略)』권(卷)4에서, 송(宋) 신종(神宗) 원풍8년, “2월에 황제가 붕(崩)하였다. 춘삼월에 철종(哲宗)이 제위(帝位)에 올랐다.” “(고려의) 승통 의천은 고려국의 임금 문종의 넷째 아들인데, 출가하여 의천이라고 이름하였다. 이 해 겨울 배를 타고 명주(明州: 지금의 절강성 영파寧波)에 이르러, 표(表)를 올려 중국을 유람하여 예를 묻고자 했다. 조서를 내려 조봉랑(朝奉郞) 양걸(楊傑)로 하여금 접반(接伴)하게 했다. 그들이 도착하는 이절(二浙), 회남(淮南), 경동(京東)의 여러 군(郡)에서는 행인(行人)의 예로 맞이하고 전별하였다.”라고 했다. 원풍 8년 겨울에 비로소 명주(明州)에 도착하여, 전당(錢塘)을 유람하도록 조서를 내린 것은 마땅히 이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속자치통감장편(續資治通鑑長編)』권35에서는, 원풍 8년 가을 9월, “계축(癸丑)에, 고려국(高麗國) 우세승통구법사문석의천(佑世僧統求法沙門釋義天) 등은 수공전(垂拱殿)에서 알현하고, 불상(佛像)과 경문(經文)을 올려 물건을 하사하였는데 차등이 있게 하였다).”라고 하였으니, 기록한 시간이 같지 않다.
이 시의 마지막 구로부터 본다면, 이 시는 원풍 8년(1085) 9월에 동파가 상주(常州)로부터 등주지주(登州知州)로 부임하는 도중에, 초주(楚州: 지금의 강소성 회안淮安)에서 양걸(楊傑)을 만났을 때에 지어졌다.
『석씨게고략(釋氏稽古略)』권(卷)4에서는 또, 후에 “의천이 경사(京師)에 조회하였는데, 예부낭중(禮部郞中) 소식(蘇軾)이 접반(接伴)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 華山(화산): 서악(西嶽)이라 불린다. 지금의 섬서성 화음현(華陰縣) 경내(境內)이다.
. 蓮華峯(연화봉): 화산 5봉 가운데 연화봉은 중봉(中峯)이다.
. 王事(왕사): 조정의 일. 국가의 일.
. 方外之樂(방외지락): 세속의 밖에 초연하는 즐거움. 方外(방외): 속세를 떠난 곳. 세상 밖.
. 天門(천문): 태산(泰山)의 정상에 있다. 태산에는 소천문(小天門), 대천문(大天門)이 있다.
. 賓(빈): 손님의 예로 맞이하다.
. “天門夜上賓出日(천문야상빈출일)” 4구: 붉은 태양이 뜨기 전에, 다만 반쪽 하늘에 붉은 빛만 보이고, 처음 뜬 태양을 보니 탄환이나 가을 귤과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 歸來(귀래): 천문(天門)에서 내려와.
. 太華(태화): 화산(華山).
. 腰帶鞓(요대정): 화산(華山)의 지명. 연화봉(蓮花峯)에 있다.
. “神遊八極萬緣虛(신유팔극만연허)” 4구: 양걸(楊傑)의 광달(曠達)하고 호매(豪邁)함을 묘사하고 있다. 八極(팔극): 팔방의 극히 먼 땅.
神遊八極萬緣虛, 下視蚊雷隱汚渠(신유팔극만연허, 하시문뢰은오거): 양걸이 태화봉의 정상에서 정신이 팔방을 노니니, 이미 만사가 텅 빈 것을 깨달았고, 아래의 세계를 보니, 마치 모기가 더러운 도랑에서 웅웅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더러운 도랑은 혼탁한 세상을 비유한다.
. 蚊雷(문뢰): 많은 모기가 나르는 소리가 마치 천둥과도 같다.
. 大千一息八十返(대천일식팔십반): 정신이 노니는 것이 아주 빨라 잠깐 새에 대천세계를 80번이나 간다는 의미이다. 大千(대천): 대천세계.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세계. 一息(일식): 한 번 호흡하다.
. 厲(여): 깊은 물을 건너 지나가다.
. 三韓: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 곧 고려(高麗)를 가리킨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최치원열전(崔致遠列傳)」에 따르면, 최치원은 당(唐) 태사시중(太師侍中)에게 편지를 보내, “동해 밖에 세 나라 마한, 변한, 진한이 있는데, 마한은 고구려요, 변한은 백제이며, 진한은 신라이다. 고구려와 백제의 전성기에는 강병(强兵)이 백만이나 되어, 남으로 오월(吳越)을 침략하고, 북으로 유연(幽燕), 제로(齊魯)를 위협해 중국의 큰 해독이 됐다.”고 했다.
『요사(遼史)』,「지리지(地理志), 삼한(三韓)」: “진한은 부여이고, 변한은 신라이며, 마한은 고구려다.”
이상, 이덕일, 『이덕일의 고금통의(古今通義)(1)』(김영사, 2014), 440-441쪽, 인용.
. 鑿齒彌天兩勍敵(착치미천양경적): 착치(鑿齒)와 미천(彌天)은 두 호적수라. 곧 사해(四海)가 다 아는 착치[양걸楊傑을 지칭]와 하늘의 이치를 아는 미천(석釋 도안道安, 여기서는 의천義天을 지칭)이라고 하여, 그들이 호적수임을 표현하였다.
『진서(晉書)』, 「습착치전(習鑿齒傳)」, “(진晉나라) 당시 스님에 석(釋) 도안(道安)이 있어, 준수하고 언변이 좋으며 높은 재주가 있었다. 북쪽으로부터 형주(荊州)로 와, 착치(鑿齒)와 처음 만났다. 도안(道安)이 말하길, ‘하늘에 꽉 찬[하늘의 이치를 아는] 석(釋) 도안(道安)이라(彌天釋道安).’ 착치가 말하길, ‘사해(四海)가 다 아는 습착치(習鑿齒)라(四海習鑿齒).’라고 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좋은 대구라고 여겼다.” 습착치(習鑿齒)는 진(晉) 양양(襄陽)사람으로 문학으로 일컬어졌으며, 당시 유교와 제자백가에 능통한 인물인데, 여기서는 양걸을 비유하고 있다. 미천(彌天)은 진(晉)나라의 고승인 석(釋) 도안(道安)인데, 여기서는 의천을 비유하였다.
이 두 구는 양걸이 의천에게 올린 시에, “나의 수행이 부족하여 미천을 모시기에 부끄럽고, 재주는 습착치만 못하다(我愧陪彌天, 才辯非鑿齒)”라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동파는 의천을 석(釋) 도안(道安)으로, 양걸을 습착치로 비기어 양인이 막상막하임을 추켜세웠다. 이것은 양걸이 자신이 습착치만 못해서 석 도안같은 의천을 모시기에 부족하다는 겸양에 대해 양걸을 높이기 위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그가 의천을 높이 평가한 양걸의 자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 過江風急浪如山, 寄語舟人好看客(과강풍급랑여산, 기어주인호간객): 강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급하여 물결은 산처럼 높으니, 뱃사공에게 부탁하여 손님을 잘 보살피라고 말하네. 소동파는 양걸(楊傑)과 회수(淮水)가에서 만나, 그가 남쪽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강 양안의 사람들이 앙모(仰慕)하여 나와서 보는 것을 찬미하고 있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크니,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제]
. 50세(원풍8년, 1085년) 지었다. 앞의 4구는 태산에서의 일출을 묘사하였으며, 5-8구는 화산의 연화봉에서 술 마심을 묘사하였다. 9-12구는 양걸의 가슴이 넓음을 묘사하였고, 마지막 4구는 고려의 승통 의천과 전당을 유람하였음을 묘사하고 있다. 장법(章法)이 분명하고 필력이 기이하다.(吳夏蕭)
. 50세(원풍8년, 1085) 가을, 소동파는 등주지주(登州知州) 부임도중에 조서를 받들고 항주로 부임하여 고려 승통(僧統: 義天)을 접반(接伴)하러 가는 양걸과 만나 이 시를 지었다. 이 시는 소동파의 호방한 시풍의 대표작이라고 부를 만하다.(孔劉)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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