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동파

소동파 시선 - 사환전기(仕宦前期) 화창한 봄바람은 산들산들 보리 싹을 흔든다.

728x90
반응형
SMALL

사진 이수형

11. 보계현의 사비각에 쓰다
題寶雞縣斯飛閣

서남쪽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멀리 바라보니 이내 심사 쓸쓸한데
누각 난간에 기대서니 어느새 혼이 고향으로 날아감을 어찌할 수 없다.
아득한 너른 들판에 소와 양들 기러기와 따오기처럼 작게 보이고
하늘은 광활하여 먼 산의 초목이 구름하늘과 맞닿았다.

어슴푸레 물 기운이 산록을 덮어 뿌연 안개 같고
화창한 봄바람은 산들산들 보리 싹을 흔든다.
누가 나로 하여금 벼슬 좋아해 경솔히 고향을 떠나게 했던가
내 신세 산중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늙어갈 계책이 없어라.

西南歸路遠蕭條, 倚檻魂飛不可招.
野闊牛羊同雁鶩, 天長草樹接雲霄.
昏昏水氣浮山麓, 泛泛春風弄麥苗.
誰使愛官輕去國, 此身無計老漁樵.
(권4)

「주석」

. 寶雞縣(보계현): 지금의 섬서성 보계시(寶雞市).
. 斯飛閣(사비각): 누각 이름. 지금의 보계 서남쪽에 있다.
. 西南歸路(서남귀로): 동파는 사천(四川) 사람이며, 사천(四川)은 섬서성의 서남쪽에 있다. 그러므로 서남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 不可招(불가초): 가히 부르지 못하겠다. 불러들일 수 없다.
. 昏昏(혼혼): 어두운 모양. 몽롱하다.
. 山麓(산록): 산기슭. 산록. 산의 아랫부분.
. 泛泛(범범): 살랑살랑. 화창한 모양. 한들한들. 산들산들.
. 去國(거국): 고향을 떠나다.

「해제」

27세(가우嘉祐7년, 1062년)에 지었다. 왕문고(王文誥)는 28세(嘉祐8년, 1063년)에 지었다고 했다. 봄날 사비각에 올라 멀리 고향 길 바라보니 그리운 정이 뭉클 일지만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서글픔이 엿보인다. 수미(首尾)가 호응하고 구조가 완정(完整)하다. 3-6구는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보는 특징을 잘 표현하여 마치 그 경지에 이른 느낌을 갖게 한다.(王王)

저자 : 소동파
역주 : 조규백

소동파시선 –
사환전기(仕宦前期)


曹圭百 역주 2016.3.17.

* 역자 서문



소동파(본명 소식蘇軾, 1036-1101)는 중국 북송조 최고수준의 문인으로 정치가 ․ 예술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자연을 애호하여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좋아했으며, 경학(經學), 요리 만들기, 술의 제조, 차의 품평, 서예, 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최고의 지성인이다. 그는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를 실천하였다. 그는 일기를 쓰듯 편지를 쓰듯 시를 지었다. 그만큼 기록을 중시한 문인이다.
필자가 컴퓨터를 모르던 시절인, 25년 전쯤에 카드에다 동파시를 번역해 놓았는데, 꽤나 두툼했다. 후에 제주의 목요한문강좌에서 소동파시를 강(講)하게 되면서 그때그때 컴퓨터에 입력해 놓았다. 본서 『소동파시선 - 사환전기(仕宦前期)』는 원래 161수를 정선하여 역주를 했으나, 여기서는 118수를 선별하고 내용을 보강하였다. 이는 일반 독자의 취향까지 고려한 것이다. 번역은 직역을 바탕으로 하면서 가급적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풀고자 노력했다.



당시(唐詩)와 대비할 때, 송시(宋詩)는 1. 철학적, 논리적임, 2. 서술의 섬세화, 3. 자기 생활에의 밀착, 4. 산문화의 경향, 5. 시의 평담화 등의 특징이 있다.(김학주 역, 『宋詩選』, 명문당, 2003, 30-60쪽) 소동파시는 이러한 송시의 특징을 한 몸에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소동파 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순간순간의 진실한 감정이 자연발로되고 있다. 또한 대상에 대한 순간적 형상을 적확히 표현하는데 뛰어났다.
둘째, 전고가 다양하여 고금의 삼라만상을 아우르고 있어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지만, 후대의 독자입장에서는 그만큼 난해하기도 하다.
셋째, 자아를 표현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자기 자리 찾기’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넷째, 읽는 시로서의 경향이 강해 암송하거나 노래하기가 쉽지 않다.
다섯째, ‘시가의 표현이 생활의 원모습과 일치되어’(王水照說), 생활에의 밀착적인 경향이 있다.
여섯째, 그의 시에는 1. 문제의 발생으로 인한 비애와 고뇌가 생김, 2. 거시적인 시야로 문제의 실체 파악, 3. 발상의 전환을 통해 초월, 달관을 지향함 등이 있는데, 이 세 가지는 순환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고뇌의 주체가 극복의 주체가 되어 정신적인 평형상태를 유지시킨다. 그는 어느 시나 또는 다른 일련의 시에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탐색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 해결을 이룬 경우가 많다. 한 수 시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는, 그 시 안에 혹은 일련의 시 안에 그 해결점도 함께 마련해 놓고 있다.
일곱째, 그의 시는 구심력과 원심력, 긴장과 이완, 출사와 은퇴, 강직함과 유연함, 예리함과 소탈함 등의 이원적(二元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곧 현실지향과 낭만지향이라고 대표할 수 있는 이 양자가 팽팽히 내적긴장을 이루며, 궁극적으로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덟째, 그의 시는 자유분방하여 파란곡절이 많고, 작자 자신의 정감을 다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아홉째, ‘구어입시(口語入詩)’, ‘이속위아(以俗爲雅)’적 경향이 있다.
이외에도 동파는 어떤 대상을 묘사함에 있어 그 핵심을 한 마디로 압축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그 평가가 함축적이고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