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19. 신성 길에서, 2수, 其一
新城道中, 二首, 其一
봄바람은 내가 산 구경 가는 줄 아는 듯
처마 새에 여러 날 낙숫물 소리를 불어서 멎게 했다.
고개 위의 맑은 흰 구름은 하얀 솜 모자를 헤쳐 쓴 듯하고
반짝반짝 갓 나온 해님은 나무 가지 위에 구리 징처럼 걸려 있다.
나지막한 대울타리 안에는 들복사꽃이 활짝 웃음을 머금었고
맑은 모래 시냇가에는 버들이 흥겨워 한들거린다.
서쪽 산모퉁이 농가에는 마냥 즐거운 듯
미나리 부침 지지고 죽순 볶아 봄에 밭가는 농부에게 새참내가네.
東風知我欲山行, 吹斷簷間積雨聲.
嶺上晴雲披絮帽, 樹頭初日掛銅鉦.
野桃含笑竹籬短, 溪柳自搖沙水淸.
西崦人家應最樂, 煮芹燒筍餉春耕.
(권9)
「주석」
. 新城(신성): 지금의 절강성 부양현(富陽縣) 신등진(新登鎭). 항주의 서남쪽에 있으며, 송(宋)나라 때는 항주의 속현(屬縣)이었다.
. 絮帽(서모): 엷은 구름이 산 고개를 휘감은 것을 비유한다.
. 西崦(서암): 널리 서산(西山)을 가리킨다.
. 餉(향): 술과 음식을 대접하다. 여기서는 농부에게 새참 드리는 것을 말한다.
「해제」
38세(熙寧6년, 1073년) 봄, 항주통판시절에 지었다. 동파가 항주부근의 임지를 시찰하는 행로인 신성(新城) 길에서 밝고 흥겨운 봄날 평화로운 농촌의 풍정을 흥겹게 묘사한 시이다. 비가 갠 청명한 봄 날씨에 행로에서 본 농촌은 복사꽃이 웃음을 함뿍 머금고 있고 버들이 한들거리는 정취를 지니고 있다. 작자는 흥겨운 감정을 풍물 속에 이입시키고 있는데, 자연은 작자를 반겨주고 작자는 그 자연 속에 일체감을 이루고 있다. 곧 경관과 작자의 정서가 융합되어 있다. 고개 위의 흰 구름은 하얀 솜 모자를 헤쳐 쓴 것 같다고 하고, 갓 나온 태양을 구리 징으로 묘사한 비유법은 신선하다. 특히 마지막 두 구는 농부의 아내가 미나리 부침을 해서 새참으로 농부에게 내가는 농촌의 정경을 아쉬움 없이 묘사하고 있다. 이 시는 직접 농사짓는 농부로서가 아닌 지나가는 길에서 관리로서 보는 농촌의 정경을 흥겹게 묘사해 내었다.
왕사한(汪師韓)은 “야도(野桃), 계류(溪柳) 한 연은 시어를 제련함이 신필이다. 보통사람이 이를 얻으면 세상에 이름이 나기에 족하다.(有野桃, 溪柳一聯, 鑄語神來, 常人得之便足以名世.)”) (汪師韓, 《蘇詩選評箋釋》, 권2)라 했다.
저자 : 소동파
역주 : 조규백
* 역자 서문
소동파(본명 소식蘇軾, 1036-1101)는 중국 북송조 최고수준의 문인으로 정치가 ․ 예술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자연을 애호하여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좋아했으며, 경학(經學), 요리 만들기, 술의 제조, 차의 품평, 서예, 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최고의 지성인이다. 그는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를 실천하였다. 그는 일기를 쓰듯 편지를 쓰듯 시를 지었다. 그만큼 기록을 중시한 문인이다.
필자가 컴퓨터를 모르던 시절인, 25년 전쯤에 카드에다 동파시를 번역해 놓았는데, 꽤나 두툼했다. 후에 제주의 목요한문강좌에서 소동파시를 강(講)하게 되면서 그때그때 컴퓨터에 입력해 놓았다. 본서 『소동파시선 - 사환전기(仕宦前期)』는 원래 161수를 정선하여 역주를 했으나, 여기서는 118수를 선별하고 내용을 보강하였다. 이는 일반 독자의 취향까지 고려한 것이다. 번역은 직역을 바탕으로 하면서 가급적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풀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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