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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 시선-황주유배 와 사환후기 매화꽃 남은 향기를 모아 하늘로 돌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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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31. 진관(秦觀)의 매화시에 화답하여

和秦太虛梅花

서호처사 임포는 죽어 유골은 바싹 말라 버렸는데
단지 그대의 이 시가 있어 임포의 매화시를 압도하네.
동파선생은 마음이 이미 사그라져 재가 되었는데
그대의 매화시를 좋아한 까닭에 매화에 의해 번뇌하게 되었다네.

매화꽃 구경하려고 말을 세워 황혼을 기다리니
잔설은 아직 덜 녹았는데 달은 일찌감치 떠오르네.
강가의 수많은 나무엔 봄 싹이 아직 안돌아 어둑어둑 한데
대나무 밖에 매화 한 가지 빗기어 피니 경치 더욱 좋더라.

서호의 고산(孤山) 아래 술 취해 누어 자던 곳
치마 입은 여자 허리춤에 꽃이 분분히 나풀거려도
꽃이 좋아 쓸지 아니한다.
만 리 먼 곳에서 온 봄빛은 귀양 온 나를 따라 황주로 오고
십년 동안 매화꽃을 보내고 나는 늙어만 간다.

작년 꽃 피는 시절엔 나는 병들었었고
올해 다시 매화꽃을 대하니 가슴에 구슬픈 생각이 인다.
하루 밤새 비바람 불어 봄을 거둬 돌아감을 알지 못하고
매화꽃 남은 향기를 모아 하늘로 돌려보낸다.

西湖處士骨應槁, 只有此詩君壓倒.
東坡先生心已灰, 爲愛君詩被花惱.
多情立馬待黃昏, 殘雪消遲月出早.
江頭千樹春欲闇, 竹外一枝斜更好.
孤山山下醉眠處, 點綴裙腰紛不掃.
萬里春隨逐客來, 十年花送佳人老.
去年花開我已病, 今年對花還草草.
不知風雨捲春歸, 收拾餘香還畀昊.
(권22)

[주석]

. 秦太虛(진태허): 진관(秦觀), 자(字)는 태허(太虛). 훗날의 자(字)는 소유(少游)이다. 호는 회해거사(淮海居士)이다. 양주(揚州) 고우(高郵)사람이다.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의 한 사람이다.
. 西湖處士骨應槁(서호처사골응고): 서호처사 임포는 죽어 유골은 바짝 말라 버렸는데. 임포(林逋)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 되었음을 이른다. 임포(林逋)는 자(字)는 군복(君復)으로, 전당(錢塘)사람이다. 항주 서호의 고산(孤山)에 은거하였는데, 매화를 매우 좋아하였다. 그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성근 가지 그림자 얕은 맑은 물에 가로 빗기어, 은은한 향기 달뜨는 황혼에 피어오르네(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는 명구이다.
. 只有此詩君壓倒(지유차시군압도): 단지 그대의 이 시가 있어 임포의 매화시를 압도하네. 이 시어는 과분하게 진관의 시를 찬미한 것이다.
『동파제발(東坡題跋)』卷3,「평시인사물(評詩人寫物)」조(條), “시인은 만물을 묘사하는 공로가 있다. ‘뽕잎사귀 떨어지지 않았으니, 그 잎사귀 윤택하네.’라고 하였으니, 다른 나무는 이 뽕나무를 당해낼 수 없다. 임포의 「매화」시에 “성근 그림자 얕은 맑은 물에 가로 빗기어, 은은한 향기 달뜨는 황혼에 피어오르네.”라고 했으니, 절대로 복숭아나 오얏꽃을 읊은 시는 아니다(詩人有寫物之功. ‘桑之未落, 其葉沃若’, 他本殆不可以當此, 林逋梅花詩云,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決非桃李詩).”
. 點綴(점철): 장식하다. 단장하다.
. 佳人(가인): 여기서는 작자 자신을 가리킨다.
. 草草(초초): 썰렁하다. 구슬프다. 근심스럽다. 대충대충. 허둥지둥.
. 捲春歸(권춘귀): 봄을 말아 돌아가다. [아직도 봄이거니 생각하다.]

[해제]

. 49세(원풍 7년, 1084년) 봄에 지었다. 이 시는 진관(秦觀)의 「화황법조억건계매화동참료부(和黃法曹憶建溪梅花同參寥賦)」시에 화답한 것이다. 유배지에서의 매화에 감정이입하여, 귀양 온 자신에 대한 감회를 읊고 있다. 사실상 진관의 이 시는 수준이 높긴 하나 임포의 매화시를 능가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정평이다.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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