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1. 강물 위에서 산을 보며
江上看山
배 위에서 산을 보니 달리는 말 같아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의 산봉우리를 지나간다.
앞산은 들쭉날쭉 홀연히 모습 변하고
지나친 봉우리는 어지러이 뒤엉켜 놀래 달아나는 듯하다.
위로 보니 좁은 산길 비스듬히 구불구불하고
산 위에는 행인 있어 높고 아스라이 멀다.
배 안에서 손들어 행인과 얘기하고 싶건만
외로운 돛단배는 나는 새처럼 남쪽으로 가는구나.
船上看山如走馬, 倏忽過去數百羣.
前山槎牙忽變態, 後嶺雜沓如驚奔.
仰看微逕斜繚繞, 上有行人高縹緲.
舟中擧手欲與言, 孤帆南去如飛鳥.
(권1)
「주석」
. 倏忽(숙홀): 순식간에. 아주 빨리.
. 槎牙(사아): 얽히고설킨 모양.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 울퉁불퉁. 여기서는 山勢의 起伏을 가리킨다.
. 雜沓(잡답): 섞이어 어지러운 모양. 혼잡하다. 소란스럽다.
. 繚繞(요요): 꾸불꾸불 빙빙 돌다. 둘러싼 모양. 맴돌다.
. 縹緲(표묘): 멀고 어렴풋하다. 가물가물하고 희미하다. 어렴풋하여 뚜렷하지 않은 모양.
「해제」
이 시 역시 소동파가 24세(嘉祐4년, 1059년) 10월, 아우 소자유(蘇子由: 소철蘇轍)와 함께 부친 소순(蘇洵)을 따라 남행(南行)하여 수로(水路)로 형주(荊州)로 갈 때 지은 시이다. 장강 상류에서 하류로 빨리 달리는 배 위에서 강 연안의 산을 보면서 그 변화하는 경치를 묘사하고 있다. 순식간에 비동(飛動)하는 경관의 순간형상을 포착하여 강한 동태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자는 산 위의 행인과 대화하고 싶으나 자신이 탄 배가 나는 새처럼 지나가 버리는 데서 일말의 아쉬움도 남기고 있다. 주체는 동태적이고 객체는 정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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