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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소동파 시선 달밤에 우연히 밖을 나가다 寓居月夜偶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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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5. 정혜원에 우거할 때 달밤에 우연히 밖을 나가다
定惠院寓居月夜偶出

귀양 와 갖혀 있는 나는 일이 없어 문밖에 나가지 않다가
우연히 봄바람을 따라 나서니 깊은 밤이 되었다.
삐죽삐죽한 나무 끝 사이로 달이 날아가는 듯하고
서리서리 얽힌 향불연기는 달 아래로 피어 나온다.

강 구름은 자태가 맑고 아름다우며
아롱아롱 대밭의 이슬은 소리 없이 물방울 쏟아질 것 같다.
한들한들 가냘픈 수양버들이 수많은 줄기를 드리움에 놀라고
아직 덜 떨어진 매화가 한 가지 굽었다.

맑은 시 홀로 읊고는 또 홀로 흥얼거리며 화답하자
허연 술 이미 다 마셨으니 뉘라서 술을 빌려줄까.
청춘이 퍼뜩퍼뜩 지나가 버림은 아깝지 않으나
다만 기쁜 일이 해마다 나를 떠나갈까 두렵구나.

스스로 알겠네, 술 취해 시원한 솔바람 소리 듣기 좋아함을
앞으로는 서리 맞은 숲에 자리 잡아 띠집을 짓고 살아야지.
모락모락 김 오르는 시루에는 늘 쌀밥 짓고
주룩주룩 떨어지는 술 거르는 채는 감자를 짜는 듯하구나.

술의 참맛은 늙을수록 더욱 짙어가고
취중의 미친 소리가 깨고 나니 두렵다오.
문 닫고 손님 사절하고는 처자를 마주하고
갓을 삐딱하게 쓰고 패물 찬 것 팽개치고
멋대로 세상을 조롱하고 욕하더라.

幽人無事不出門, 偶逐東風轉良夜.
參差玉宇飛木末, 繚繞香煙來月下.
江雲有態淸自媚, 竹露無聲浩如瀉.
已驚弱柳萬絲垂, 尙有殘梅一枝亞.
淸詩獨吟還自和, 白酒已盡誰能借.
不惜靑春忽忽過, 但恐歡意年年謝.
自知醉耳愛松風, 會揀霜林結茅舍.
浮浮大甑長炊玉, 溜溜小槽如壓蔗.
飮中眞味老更濃, 醉裏狂言醒可怕.
閉門謝客對妻子, 倒冠落佩從嘲罵.
(권20)

[주석]

. 定惠院(정혜원): 옛 터가 지금의 호북성 황강(黃岡) 동남쪽에 있는데, 동파가 황주로 온 후 처음에는 여기서 거주했다.
. 寓居(우거): 타향에 임시로 삶. 임시로 부쳐 살다.
. 幽人(유인): 유배된 사람. 숨어사는 사람. 은자.
. 玉宇(옥우): 달을 가리킨다.
. 亞(아): ‘압(壓)’과 통함. 낮게 드리운 모양.
. 會(회): 모름지기.
. 浮浮(부부): 모락모락.
. 玉(옥): 여기서는 흰 쌀이다.
. 溜溜(유류): 주룩주룩.
. 倒冠落佩從嘲罵(도관락패종조매): 멋대로 세상 조롱하고 욕한다. 從: 멋대로 하게 하다. 멋대로 맡기다. 이 구는 ‘(남이야) 웃거나 흉보거나 관심두지 않는다’로도 해석된다.

[해제]

45세(원풍3년, 1080년)에 황주에서 지었다. 동파는 출옥한 후, 비록 원망과 풍자, 조롱과 해학의 말이 때로 나타나고, 호방하며 직설적이고 격렬한 기운이 제거되지 않았으나, 이 필화사건이 그에게 가져온 정치적인 험악한 처지는 그로 하여금 조심하고 근신하도록 했다. 입을 다물고 두문불출하거나 산수를 방랑하며, 어부와 나무꾼과 함께 어울렸다. 이 시는 바로 작자의 이러한 심정을 반영하고 있다. 전체 시는 청준(淸峻: 맑고 고상함)하고 유한(幽寒: 그윽하고 차가움)한데, 이러한 풍격은 동파시 가운데서는 결코 많이 보이지 않는다. 비록 고시이지만, 수미(首尾)의 두 연 외에는 구마다 대구를 이루고 있으며 구조가 정제되어 있어 또한 일반적인 동파시의 격조는 아니다.(王王)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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