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안절이 멀리서 와 밤에 앉아, 3수, 其二
姪安節遠來夜坐, 三首, 其二
마음 늙고 얼굴 변해 험상궂게 된 지금
그대 만나 보니 옛 고향 말소리만 기억난다.
긴긴 밤 고향 생각하니 어디에 있을까?
늙어가는 나이에 멀리서 온 그대의 정 느껴진다.
두렵기는 묵묵히 앉은 채 어리석게 되는 것
물어보니 옛 친구는 절반은 죽었다는 말에 놀랐다.
꿈 깨고 술기운 사라지고 산 비[山雨]마저 걷혔는데
굶주린 쥐만 등잔대에 오르는 것을 웃으며 바라본다.
心衰面改瘦崢嶸, 相見惟應識舊聲.
永夜思家在何處, 殘年知汝遠來情.
畏人黙坐成癡鈍, 問舊驚呼半死生.
夢斷酒醒山雨絶, 笑看飢鼠上燈檠.
(권21)
[주석]
. 安節(안절): 소동파의 사촌 형 소불의(蘇不疑)의 아들로 술을 잘 마신다.
. 崢嶸(쟁영): 험상궂다. 산봉우리가 삐죽하다.
. 半死生(반사생): 절반은 죽고 절반은 살다.
[해제]
조차 안절(安節)이 멀리서 와 고향의 소식을 전하는 말에 느낌이 있어 지은 시이다.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