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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소동파 시선, 홍매 3수 옥처럼 맑은 살결에 까닭 없이 붉은 술기운을 띠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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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홍매, 3수
紅梅三首

19-1 其一

근심 생길까 두려워 잠을 많이 청하여 홀로 늦게 피더니
얼음 띤 하얀 모습 드러냈건만 시류에 어울리지 않음을 두려워한다.
일부러 살짝 복숭아 살구의 발그스레한 빛을 띠었는데
아직도 외롭고 마른 서릿발 같은 자태 남아있다.

추위를 이기고 피는 마음은 봄 자태 따르려 하지 않고
옥처럼 맑은 살결에 까닭 없이 붉은 술기운을 띠었네.
노시인은 매화의 격조가 따로 있음을 모르고
새삼스레 초록 잎새와 파란 가지만 보았구나.

怕愁貪睡獨開遲, 自恐冰容不入時.
故作小紅桃杏色, 尙餘孤瘦雪霜姿.
寒心未肯隨春態, 酒暈無端上玉肌.
詩老不知梅格在, 更看綠葉與靑枝.
(권21)


[주석]

. 不入時(불입시): 시류에 들어가지 않다. 시류에 어울리지 않다.
. 故(고): 일부러.
. 尙(상): 그래도. 아직도.
. 寒心(한심): (겨울의) 차가운 마음.
. 酒暈無端上玉肌(주훈무단상옥기): 옥처럼 맑은 살결에 까닭 없이 붉은 술기운을 띠었네. 매화꽃이 붉은 색임을 드러내, 시제(詩題)와 호응된다. 暈(훈): 무리. 해나 달의 주위를 두른 둥근 테 모양의 빛, 바림. 玉肌(옥기): 옥같은 살. 하얀 살.
. 詩老(시로): 노시인. 석연년(石延年), 자(字)는 만경(曼卿)이다. 그는 「홍매(紅梅)」시에서, “복숭아로 보려니, 초록색 잎 없고, 살구로 보려니 푸른 가지 있네(認桃無綠葉, 辨杏有靑枝)”라 했다. 동파는 「부과(付過)」에서 이 두 구에 대해, “지극히 누추하니, 대개 村學의 말이다”라고 했다.
. 詩老不知梅格在, 更看綠葉與靑枝(시로부지매격재, 갱간록엽여청지): 노시인은 매화의 격조가 따로 있음을 모르고, 새삼스레 초록 잎새와 파란 가지만 보았구나. 석만경은 매화의 고매한 품격을 알지 못하고, 단지 초록색 잎이 없다거나 푸른 가지가 있다는 것으로 매화를 분별하고 있다.

[해제]

47세(元豐5년, 1082년)에 지었다. 이 시는 구상이 교묘하고 묘사가 정교하여 섬약한 단점이 없다. 관건은 작자가 “초록색 잎이 없다”거나 “푸른 가지 있네”라고 묘사한 것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여기고, 대상에 내재된 기품을 돌출시키고 있다. 홍매의 얼음 같은 얼굴 옥 같은 자질, 그리고 시속에 영합하지 않는 품격을 묘사했으니, 바로 작자 자신을 말한 것이다. 모습을 버리고 정신을 취했으며, 형상과 정신을 겸비하여, 사람으로서 꽃을 비유하고 꽃으로써 자신을 비유하고 있다. 이는 동파가 일련의 매화시를 읊은 공통적인 특징이다.(王王)

19-2 其二

눈 속에 핀 꽃 늦으나
어찌 홀로 봄에 피는 것만 같겠는가.
응당 조물주가 깊은 뜻 있음을 알아
짐짓 붉은 연지를 칠해서 예쁜 자태 나타냈다.

가는 비에 적시어 천 방울 눈물 떨어지고
쌀쌀한 추위에 몸이 파리해 살이 조금 말랐다.
문득 아리따운 복숭아 ․ 살구꽃의 자태 짓지 않고
두어넛 새큼한 매실이 이미 나뭇가지에 열렸다.

雪裏開花却是遲, 何如獨占上春時.
也知造物含深意, 故與施朱發妙姿.
細雨裛殘千顆淚, 輕寒瘦損一分肌.
不應便雜妖桃杏, 數點微酸已著枝.
(권21)

[주석]

. 占(점): 차지하다.
. 也(야): 응당.
. 施朱(시주): 『문선(文選)』, 송옥(宋玉), 「등도자호색부(登徒子好色賦)」, “분을 바르니 너무 희고, 연지를 바르니 너무 붉다(著粉太白, 施朱太赤).”
. 著枝(착지): 나뭇가지에 열리다.

[해제]

눈 속에 핀 홍매, 조물주가 깊은 뜻으로 예쁜 자태를 나타냈다. 비에 적셔 눈물 떨어지고 추위에 몸이 파리해졌다. 그러나 복숭아, 살구꽃과는 격조가 다르다. 이제 매실이 이미 가지에 열렸다.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 규 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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