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당시삼백수 60. 積雨輞川莊作 장맛비 내린 망천장에서 짓다
王維 왕유
장맛비 내린 빈 숲 사이로
밥 짓는 연기 느릿느릿 피어오르고
명아주나물 찌고 기장밥 지어 동쪽 밭으로 내간다.
드넓은 논에선 백로들 날고
짙푸른 여름 숲엔 꾀꼬리 즐겁게 노래한다.
산 속에서 참선하듯 아침 무궁화 살펴보고
소나무 아래에서 소식(素食)을 장만하러 이슬 머금은 아욱을 뜯는다.
시골 노인은 속세 사람과 자리다툼 그만둔 터인데
갈매기는 무슨 일로 다시 나를 의심할까.
積雨空林烟火遲, 蒸藜炊黍餉東菑.
漠漠水田飛白鷺, 陰陰夏木囀黃鸝.
山中習靜觀朝槿, 松下淸齋折露葵.
野老與人爭席罷, 海鷗何事更相疑.
이 시는 비가 내린 후 망천장의 경치와 순박한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積雨(적우): 오랜 장맛비. 오랫동안 내리는 비.
❖輞川莊(망천장): 왕유가 은거했던 남전(藍田) 망천에 있던 별장.
❖莊(장): 별장
❖烟火(연화): (인가의) 밥 짓는 연기.
❖藜(려): 명아주. 어린잎과 종자는 식용이며, 줄기는 지팡이를 만든다.
❖餉(향): (일하는 사람을 위해 밭으로) 음식을 가져다주다.
❖菑(치): 묵정밭. 따비밭. 묵어서 잡초가 우거진 밭. 또 일구고 아직 씨를 뿌리지 않은 밭. 일군 뒤에 한 해 지난 새 밭.
❖漠漠(막막): 광활하여 아득하다.
❖陰陰(음음): 어둑어둑하다.
❖囀(전): 지저귀다. 새가 울다.
❖習靜(습정): 정좌(靜坐), 좌선(坐禪)과 같다. 도가(道家)에서 정좌수일(靜坐守一)하는 방법.
❖朝槿(조근): 무궁화. 무궁화는 아침에 피어서 저녁에 지므로, 조근(朝槿)이라 부른다.
❖觀朝槿(관조근): 무궁화를 정관(靜觀)하면 인생의 짦음과 영고무상(榮枯無常)의 이치를 체득할 수 있다.
❖淸齋(청재): 소식(素食)하다. (수행을 위하여)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다. 채식하다. 여기서는 ‘신선한 채소’를 가리킨다.
❖野老(야로): 시골 늙은이. 여기서는 왕유(王維)의 자칭(自稱)이다.
❖爭席罷(쟁석파): 자리를 다투는 것을 그만두다. 장자(莊子), 「우언(寓言)」편 참조. ‘陽子居(楊朱를 가리킴, 그의 字는 子居)가 남쪽 패(沛) 땅으로 가서 노자(老子)를 만나 가르침을 받아 교만한 것을 버리게 되었다. 양주(楊朱)가 갈 때에는 여관 주인과 나그네들은 그의 교만한 위용을 보고서, 그에게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노자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의 지덕(智德)과 재기(才氣)를 감추고 세속을 따르게 되었다. 이에 함께 묵은 나그네들은 또한 예의에 억매이지 않고서 그(양주)와 자리를 다툴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야로(野老)’는 왕유 자신을 가리킨다.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왕유 자신이 이미 세속적인 부귀공명에의 욕망을 말끔히 떨쳐 버렸음을 상징함. 열자(列子), 「황제(黃帝)」편의 고사를 사용하였다. 해변에 갈매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있어 매일토록 바다갈매기와 친하게 어울려 지냈다. 후에 그의 아버지가 갈매기를 잡아오라고 하여, 이튿날 나가서 잡아오려 하니, 더 이상 갈매기가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
왕유(王維): 701-761
자는 마힐(摩詰), 조적(祖籍)은 태원 기현(太原祁縣: 지금의 산서성 祁縣)이다. 상원(上元) 원년(760)에 상서우승(尙書右丞)이 되어, 세상에서는 “왕우승(王右丞)”이라고 불렀다. 성당(盛唐) 산수전원시파의 대표로 인정되고 있다.
역주.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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