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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 시선 안국사에서의 목욕 安國寺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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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안국사에서의 목욕
安國寺浴

늙어감에 온갖 일 게을러져도
몸의 때는 씻고 싶어진다.
흰 머리 귀에도 닿지 않으니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머리감기가 번거롭다.

산성(山城)이라 땔감은 넉넉하여
안개와 수증기가 모락모락 햇빛 가린다.
먼지와 때가 얼마나 되랴마는
씻고 나니 금시에 굴레 벗은 듯 상쾌하다.

옷 걸치고 작은 누각에 앉아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긴 대나무 대하니
마음의 고통과 온갖 인연이 모두 사라지고
몸의 안락함 침대 하나면 족하다.

어찌 더러움과 깨끗함만 잊겠는가
겸해서 영광과 오욕도 씻어내야지.
잠자코 돌아와선 말 많이 말고
이 이치 잘 보고 파악해야지.

老來百事懶, 身垢猶念浴.
衰髮不到耳, 尙煩月一沐.
山城足薪炭, 煙霧蒙湯谷.
塵垢能幾何, 翛然脫羈梏.
披衣坐小閣, 散髮臨修竹.
心困萬緣空, 身安一牀足.
豈惟忘淨穢, 兼以洗榮辱.
黙歸毋多談, 此理觀要熟.
(권20)

[주석]

. 湯谷(탕곡): 해 뜨는 곳.
. 翛然(유연, 숙연):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모양.

[해제]

황주에 있는 안국사에서 목욕을 하니 상쾌하다. 목욕 후 작은 누각에 앉아 머리 풀은 채 긴 대나무를 대하니, 고통과 온갖 인연이 사라지고 안락함을 느낀다. 더러움과 깨끗함을 잊고 영광과 오욕까지 잊는 경지에 이르렀다.

소동파시선 두 권의 내용요약

* 소동파시선 - 사환전기(仕宦前期)본서는 소동파가 과거에 응시하여 합격하고, 벼슬길을 걷다가 황주로 유배되기 전까지의 시 모음집이다. 24세에서 44세에 해당된다. 이 시기의 시에는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의 풍부한 직,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서정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는 현실참여의 의지, 자연과의 친화, 이별과 향수, 음주의 정취, 인생철리의 터득, 그리고 세월의 흐름 등이 포함된다.

* 소동파시선 - 황주(黃州)유배와 사환후기(仕宦後期)

본서는 황주유배기(45-49세)와 벼슬길에 재진입한 사환후기(50-58세) 기간에 쓴 시의 모음집이다. 황주유배는 그의 생애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이는 인생의 쓴맛을 깊이 체험하고 그것을 달관함으로써 불후의 문학을 탄생시킨 기간이다. 그는 새로운 삶의 지혜와 의미를 찾아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그만큼 생명이 발산하는 힘찬 에너지도 느낄 수 있다. 사환후기에는 제화시(題畵詩)에서의 순수예술적 경향의 시가 이채를 띠고 있다.


曹圭百 역주 2016.3.17.

* 역자 서문

소동파(본명 소식蘇軾, 1036-1101)는 중국 북송조 최고수준의 문인으로 정치가 ․ 예술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자연을 애호하여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좋아했으며, 경학(經學), 요리 만들기, 술의 제조, 차의 품평, 서예, 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최고의 지성인이다. 그는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를 실천하였다. 그는 일기를 쓰듯 편지를 쓰듯 시를 지었다. 그만큼 기록을 중시한 문인이다.

필자가 컴퓨터를 모르던 시절인, 25년 전쯤에 카드에다 동파시를 번역해 놓았는데, 꽤나 두툼했다. 후에 제주의 목요한문강좌에서 소동파시를 강(講)하게 되면서 그때그때 컴퓨터에 입력해 놓았다. 본서 『소동파시선 - 사환전기(仕宦前期)』는 원래 161수를 정선하여 역주를 했으나, 여기서는 118수를 선별하고 내용을 보강하였다. 이는 일반 독자의 취향까지 고려한 것이다. 번역은 직역을 바탕으로 하면서 가급적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풀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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