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將進酒
권주가
李白
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휘달려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고대광실 대청에 걸린 밝은 거울 앞에 백발을 슬퍼하니
아침에 검은 실 같은 머리털이 저녁에는 백설같이 된 것을.
인생에서 뜻을 얻으면 모름지기 즐거움을 다할지니
금 술잔 빈 채로 달빛을 마주하게 하지 마라.
하늘이 내게 재주를 내었을 땐 반드시 쓰임이 있으리니
천금은 다 흩어 없어지면 또다시 돌아오리라.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우선 즐길 것이니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이라.
잠선생이여
단구생이여
술을 올리니
그대 잔을 멈추지 마소.
그대에게 한 곡조 노래를 드리리니
그대는 나를 위해 귀 기울여 들어주소.
좋은 음악도 맛있는 안주도 귀하다고 말지니
다만 원하는 건 길이 취하고 깨지를 말았으면.
예로부터 성현들도 모두 죽고 없어지고
오로지 술꾼들만 그 이름 남겼더라.
진왕(陳王)은 그 옛날 평락관(平樂觀)에서 잔치를 벌일 때
한 말에 만전(萬錢) 하는 술을 마음대로 즐기었지.
주인은 어찌하여 돈이 적다하는가?
당장 가서 사오게, 그대와 대작하리.
오화마(五花馬)와 천금(千金)의 갖옷을
아이 불러 가져다가 맛좋은 술로 바꾸어라
그대와 더불어 만고의 수심을 녹이리라.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君不見
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岑夫子, 丹丘生.
將進酒, 杯莫停.
與君歌一曲, 請君爲我側耳聽.
鐘鼓饌玉何足貴, 但願長醉不願醒.
古來聖賢皆寂寞, 惟有飮者留其名.
陳王昔時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主人何爲言少錢, 徑須沽取對君酌.
五花馬, 千金裘.
呼兒將出換美酒, 與爾同銷萬古愁.
이 시는 권주가로서, 술을 빌어 회포를 펴고 있다. 이백은 권세가를 흘겨보고 취향(醉鄕) 가운데에서 뜻에 맞지 않는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였다.
❖將進酒(장진주): 술 마시기를 청하다. 권주가. 將은 ‘청(請)하다’는 의미이다. 시경(詩經)․정풍(鄭風), 「장중자(將仲子)」, “둘째 도련님이여, 우리 마을 넘어오지 마세요(將仲子兮, 無踰我里).” 모전(毛傳), “將, 請也.” 악부(樂府) 고취곡(鼓吹曲)․한요가(漢饒歌)의 옛 제목. 본래 즐겁게 잔치하며 노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靑絲(청사): 검은 머리털.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금 술잔 빈 채로 달빛을 마주하게 하지 마라. 금 술잔 부질없이 달을 대하지 마라. 금 술잔으로 하여금 헛되이 달을 마주하게 하지 마라. 같이 술을 마시자라는 의미이다.
❖宰牛(재우): 소를 잡다.
❖會須(회수): 반드시 모름지기.
❖岑夫子(잠부자): 잠훈(岑勛). 남양(南陽) 사람. 이백의 친구. 부자(夫子)는 존칭.
❖丹丘生(단구생): 원단구(元丹丘). 이백의 친구.
❖鐘鼓(종고): 귀족이 연회할 때 쓰는 악기.
❖饌玉(찬옥): 귀한 음식.
❖鐘鼓饌玉(종고찬옥): 고풍스러운 풍악과 진귀한 음식, 널리 부귀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가리킨다.
❖陳王(진왕):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조식(曹植)은 진왕(陳王)에 책봉되었다. 진사왕(陳思王)이라고 한다.
❖平樂(평락): 평락관(平樂觀). 옛 터가 지금의 하남성 낙양시(洛陽市) 부근에 있다.
❖斗酒十千(두주십천): 술 한 말에 만전. 술이 극히 좋음을 말한다.
❖恣(자): 제멋대로. 마음대로. 한껏 즐거워함.
❖歡謔(환학): 기뻐하며 즐김. 환소(歡笑).
❖沽取(고취): 사오다.
❖五花馬(오화마): 귀한 말을 가리킨다. 갈기를 다섯 개의 꽃잎 모양으로 장식한 말. 당대(唐代) 개원, 천보 시절에 좋은 말의 갈기를 잘라 꽃잎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세 개 또는 다섯 잎을 만들었다.
❖千金裘(천금구): 귀한 가죽옷. 사기(史記) 「맹상군전(孟嘗君傳)」, “맹상군에게는 하나의 호백구(狐白裘)가 있어, 값이 천금이 나가는데, 천하에 둘도 없다(孟嘗君有一狐白裘, 値千金, 天下無雙).” 호백구는 맹상군이 가졌다는 천하에 하나 밖에 없는 흰 여우 가죽옷.
❖將出(장출): 들고 나가. 가지고 나가. 將은 ‘拿(가지고)’의 뜻.
❖爾(이): 그대. 너.
❖銷(소): 녹이다.
당시 삼백수 정선
唐詩三百首精選
손 수 편
조규백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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