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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 사선 23. 江城子 서로 돌아볼 뿐 아무 말 없이 하염없는 눈물만 천 줄기로 흘러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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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23. 江城子


을묘년 정월 20일 밤에 꿈을 기록하여


십 년 세월 이승과 저승에 아득히 갈라져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절로 잊을 수 없구나

머나먼 천리 밖 외로운 무덤이여

가슴속의 이 슬픔 호소할 곳 없어라.

설사 만난다 해도 날 알아보기 어려우리

먼지 가득한 얼굴에

서리 같이 흰 귀밑털.


간밤 꿈결에 홀연 고향으로 돌아가니

작은 방 창가에서

그대는 막 치장하고 있었지.

서로 돌아볼 뿐 아무 말 없이

하염없는 눈물만 천 줄기로 흘러내리네.

생각건대 그대는 해마다 애간장을 태우고 있겠지

달 밝은 밤

키 작은 소나무 늘어선 언덕에서.


乙卯正月二十日夜記夢


十年生死兩茫茫.

不思量.

自難忘.

千里孤墳․無處話凄涼.

縱使相逢應不識, 塵滿面, 鬢如霜.


夜來幽夢忽還鄕.

小軒窗.

正梳妝.

相顧無言․惟有淚千行.

料得年年腸斷處, 明月夜, 短松岡.


[주석]


. 乙卯: 熙寧8년(1075), 동파가 密州知州로 있던 해이다.

. 十年生死兩茫茫. 不思量. 自難忘: 10년 간 나는 살아있고, 그대는 죽어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 우리의 옛일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잊기 어려워라.

. 十年: 동파의 첫째 아내 王弗(通義君)은 동파가 30세 때인 英宗 治平2년에 죽었는데, 이때로부터 꼭 10년이 되었다.

. 千里孤墳: 王弗의 묘는 사천성 眉州 彭山縣 安鎭鄕에 있는데, 密州와의 거리가 천리 이상이 된다.

. 縱使相逢應不識, 塵滿面, 鬢如霜: 설사 서로 만난다 하더라도 날 알아볼 수 없으리. 난 이미 風塵이 얼굴에 가득 차고, 늙고 초췌하여 귀밑 털이 서리처럼 희게 세었기 때문에.

. 塵: 먼지. 티끌. 속세. 인간세상.

. 幽夢: 가물가물한 꿈의 경지.

. 軒: 창이 있는 작은 집. 小軒: 작은 방. 여기서는 꿈속에서 본 亡妻 王弗의 침실.

. 梳妝(소장): 화장하다. 梳: 빗. 머리를 빗다. 빗질하다. 妝: 粧와 同字. 화장하다.

. 腸斷: 창자가 끊어질 듯 비통하다. 애끓다.

. 短松岡: 키 작은 소나무 언덕. 王弗의 산소가 있는 곳. 무덤 가에는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 短松: 키 작은 소나무.


[창작시기] 40세(熙寧8년, 乙卯, 1075) 정월 20일, 밀주(密州)에서 지었다.


[해제]


이는 사별한 아내 왕불(王弗)을 그리워하는 사(詞)이다. 상편(上片)은 정을 서술하였다. 자신은 이승에 아내는 저승에 있지만 죽은 아내와의 옛 정은 잊기 어려워, 자신의 초췌함과 외로움을 그리고 있다.

하편(下片)은 꿈속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꿈속에서 빗으로 머리를 단장하며 화장을 하고 있는 죽은 아내의 일상의 정경을 통해 더욱 지난날의 깊은 사랑과 지금의 사별의 괴로움을 부각시키고 있다. 결미에서는 꿈이 깨어난 후, 멀리 고향에 있는 아내의 묘를 떠올리고 있다. 무덤 가의 소나무 잎은 흔들거리며 늘어져 있고, 달 그림자 어른어른하여 그 애절한 분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王王)



* 저자소개: 蘇東坡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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