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5. 영구를 나와 처음 회산을 보고, 이날 수주에 도착하다
出潁口初見淮山, 是日至壽州
내 여행길 밤낮으로 강과 바다를 향하나니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흥취 넘치도다.
긴 회하 홀연히 아득하니 하늘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고
푸른 산은 오래도록 배와 더불어 높았다 낮았다 출렁인다.
수주(壽州) 땅의 백석탑(白石塔)은 이미 눈에 보이지만
작은 배는 아직 띠풀 언덕을 지나지 못하였다.
물결이 잔잔하고 바람은 산들거리는데
백석탑은 바라보이나 이르지는 않고
저녁안개 자욱한 속에 벗은 오래도록 서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
我行日夜向江海, 楓葉蘆花秋興長.
長淮忽迷天遠近, 靑山久與船低昻.
壽州已見白石塔, 短棹未轉黃茅岡.
波平風軟望不到, 故人久立烟蒼茫.
(권6)
「주석」
. 潁口(영구): 지금의 안휘성 수현(壽縣) 서쪽 영수(潁水)가 회하(淮河)로 들어가는 곳이다.
. 壽州(수주): 치소(治所)는 지금의 수현(壽縣)에 있다.
. 長淮(장회): 긴 회하(淮河: 淮水).
. 棹(도): 노. 상앗대.
. 黃茅岡(황모강): 누런 띠풀이 무성한 산등성이.
「해제」
36세(熙寧4년, 1071년), 항주통판 부임도중 영수(潁水)에서 수주(壽州)로 배타고 가는 여행길에서 지었다. 일렁일렁 오르락내리락하는 배 위에서 경관의 동태적 형상이 신선하게 묘사되어 있다.
단풍잎과 갈대꽃에서 계절감이 물씬 배어나고 있다. 작자가 탄 배의 움직임에 따라 푸른 산도 출렁이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목적지 수주에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배는 상대적으로 느리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벗이 도착지에서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믿는 데서는 훈훈한 우정이 살며시 부각되고 있다.
시원지(施元之)는 『시주소시(施注蘇詩)』, 권(卷)3에서, “동파는 일찍이 붓 가는 대로 이 시를 짓고 또 제(題)하여, ‘나는 36살 때 항주통판으로 부임하다가 수주를 지나며 이 시를 지었다. 이제 59살이 되어 남쪽으로 귀양 가다가 건주(虔州)에 이르자 안개비가 처연하여 자못 당시의 기상이 있다.’”라고 했다.
왕사한(汪師韓)은 소시선평전석(蘇詩選評箋釋), 卷1에서, “완연히 요체율시(拗體律詩)이니, 고취(古趣)가 있고 겸하여 일취(逸趣)도 있다(宛是拗體律詩, 有古趣兼有逸趣)”고 하였다.
* 저자소개: 蘇東坡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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