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80. 水調歌頭
황주 쾌재정(黃州快哉亭)에서
낙조(落照)에 비단 주렴 걷고 열어 보니
쾌재정(快哉亭) 아래는 물이 하늘과 닿아 있다.
알았네. 그대가 날 위해 쾌재정을 새로 지었음을
창문은 단청 윤기가 번들번들.
길이 기억하건대, 구양수가 지은 양주(揚州) 평산당(平山堂) 위에서
베개를 기울여 강남지방 안개비 보니
가물가물 외로운 기러기가 사라졌었지.
취옹의 시어를 알게 되었네.
‘안개 멀리 산색이 보일락 말락 하더라’고 했던.
만경창파 넓디넓은 강물
온통 거울처럼 맑기만 한데
푸른 봉우리 그림자는 거꾸로 비추어 있네.
갑자기 파도가 일어
일엽편주의 백발의 사공
풍랑과 함께 출렁출렁 흔들며 춤을 추는구나.
가소롭다. 난대령(蘭臺令) 송옥은
장자(莊子)가 말한 자연의 음향(天籟)을 알지 못하고서
억지로 바람에 암바람과 숫바람이 있다고 우겼었지.
한 점의 호연지기
천리의 상쾌한 바람이여.
快哉亭作
落日繡簾捲, 亭下水連空.
知君爲我, 新作窗戶濕靑紅.
長記平山堂上, 欹枕江南煙雨, 杳杳沒孤鴻.
認得醉翁語, ‘山色有無中’.
一千頃, 都鏡淨, 倒碧峯.
忽然浪起, 掀舞一葉白頭翁.
堪笑蘭臺公子, 未解莊生天籟, 剛道有雌雄.
一點浩然氣, 千里快哉風.
[주석]
. 快哉亭: 황주 臨皐에 있는데, 아래로 장강에 임하고 있다.
. 快哉亭作: 一作, “黃州快哉亭贈張偓佺”. 張偓佺은 字가 夢得이다. 당시 황주에 적거하고 있으면서 快哉亭을 지었다. 이 정자의 명칭은 소동파가 지은 것인데, 蘇轍은 <黃州快哉亭記>를 지었다.
. 認得: 記得. 기억하건대.
. 醉翁: 歐陽修. 구양수는 <醉翁亭記>에서 자칭 ‘醉翁’이라고 했다.
. 山色有無中: 구양수는 <朝中措> 詞에서, “평산당 난간에 기대니 맑은 공중/ 산빛은 보일락 말락(平山欄檻倚晴空, 山色有無中)”이라고 읊었다. 구양수 사의 이 구는 왕유의 <漢江臨泛>의 “물은 천지 밖을 흐르고/ 산 빛은 있는 듯 없는 듯(水流天地外, 山色有無中)”에서 유래한다. 有無中: 가물가물. 보일 듯 말 듯.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 蘭臺公子: 宋玉을 가리킨다. 일찍이 송옥은 蘭臺令을 역임한 적이 있다.
. 浩然氣: 浩然之氣. 孟子․公孫丑에서 유래하는데, 맹자는 자신이 “나의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 라고 하였다.
. 一點浩然氣, 千里快哉風: 단지 심중에 호연지기를 갖추고 있으면, 상쾌한 맑은 바람을 누릴 수 있다.
[창작시기] 48세(元豐6년, 癸未, 1083) 11월에 지었다.
* 저자소개: 蘇東坡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조규백)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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