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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소동파 시선 7. 정호조를 보내며 送鄭戶曹. 강물은 백보홍에서 출렁이며 소리쳐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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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수형

7. 정호조를 보내며
送鄭戶曹

강물이 팽성루를 휘돌며 흐르고
산은 희마대를 둘러싸고 있는
예부터 호걸들 활약하던 이 고장
천년이 지나서도 슬픈 사연 남아 전하네.

우뚝한 콧날의 유방은 하늘로 날아 올라가 버렸고
겹눈동자의 항우도 재가 되어 없어졌으며
이곳 백문에선 여포가 조조에게 항복했었고
큰 별 이광필은 임회 땅에서 죽었다네.

더 생각하면 남조 송무제 유유는
술상 차려놓고 이곳을 배회하였다지.
근래에 와선 이 땅에 인재들 활동 적막해져서
황폐한 밭에는 푸른 이끼만 더부룩하네.

강물은 백보홍에서 출렁이며 소리쳐 흐르고
산줄기는 구리산에 이르러 맴돌고 있어
산과 물이 서로 부딪히니
밤이면 소리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우레 치듯 변하네.

호호탕탕하게 흐르는 황하 언덕가의
황루는 내가 세운 것이네.
가을에는 달이 성 모퉁이를 돌아서 지고
봄이면 산들바람이 술잔의 술을 찰랑이게 했었지.

그대가 늦게 좌석에 손님으로 낄 때면
구슬같이 영롱한 새로운 시가 쏟아져 나왔었지.
황루가 낙성되자 그대 떠나가게 되니
사람의 일은 진실로 어긋남이 많구려.

훗날 그대 돌아다니다가 여행에 지쳐
흰 머리로 귀거래사를 부르며 이 고향 찾아와서는
황루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 때면 생각하겠지
동파는 어디에 있을까.

水繞彭城樓, 山圍戲馬臺.
古來豪傑地, 千載有餘哀.
隆準飛上天, 重瞳亦成灰.
白門下呂布, 大星隕臨淮.
尙想劉德輿, 置酒此徘徊.
爾來苦寂寞, 廢圃多蒼苔.
河從百步響, 山到九里回.
山水自相激, 夜聲轉風雷.
蕩蕩淸河壖, 黃樓我所開.
秋月墮城角, 春風搖酒杯.
遲君爲座客, 新詩出瓊瑰.
樓成君已去, 人事固多乖.
他年君倦游, 白首賦歸來.
登樓一長嘯, 使君安在哉.
(권16)

「주석」

. 鄭戶曹(정호조): 정근(鄭僅). 자(字)는 언능(彦能), 팽성(彭城)사람.
. 彭城樓(팽성루): 서주(徐州) 팽성현(彭城縣)은 팽조(彭祖)로 인해 이름을 얻었다. 서주(徐州) 자성(子城) 동북쪽에 있다. 팽조는 전설에 전욱(顓頊)의 현손(玄孫)으로 은(殷)나라 때까지 살아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미 700여세라고 한다. 요(堯)임금은 그를 서주(徐州)에 봉하여, 대팽지국(大彭氏國)이라고 하였다. 어떤 판본에는, “팽조루(彭祖樓)”라고도 한다.
. 戲馬臺(희마대): 서주성(徐州城) 남쪽에 있는데, 항우(項羽)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 隆準(융준): 콧날이 노고 우뚝한 모습.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을 가리킨다. 『사기(史記)』, 「고조본기(高祖本紀)」에, “고조의 용모는 코가 높고 용안(龍顔)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패풍읍(沛豐邑) 사람인데, 이곳은 서주(徐州)에 속한다.
. 重瞳(중동): 겹눈동자 항우(項羽)를 가리킨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그는 “눈동자가 두 개이며”, “스스로 서초패왕(西楚覇王)이 되어서 9개의 군[九郡]의 왕 노릇을 하여, 팽성(彭城)에 도읍하였다”고 한다.
. 白門下呂布(백문하여포): 『삼국지(三國志) ․ 위지(魏志)』, 「여포전(呂布傳)」에, 여포(呂布)는 서주(徐州)를 지키고 있었는데, 조조(曹操)는 “스스로 여포를 정벌하여 그 성문 아래 이르러”, 삼개월동안 포위하였는데, “여포는 그 휘하들과 함께 백문루(白門樓)에 올랐다. 군대가 급박하게 포위하자, 내려와 항복하였다.” 후에 조조에 의해 목 졸라 살해되었다. 백문루(白門樓)는 하비성(下邳城)의 남문(南門)이다.
. 大星隕臨淮(대성운임회): 대성(大星)은 이광필(李光弼)을 가리킨다. 보응 원년(寶應元年)에 임회왕(臨淮王)에 봉해졌고, 광덕(廣德) 2년에 서주(徐州)에서 죽었다.
. 劉德輿(유덕여): 남조(南朝) 송 고조(宋高祖) 유유(劉裕). 『송서(宋書)』, 「무제본기(武帝本紀)」, “고조(高祖) 무황제(武皇帝)는 휘(諱)가 유(裕)이며, 자(字)는 덕여(德輿)이다. 어릴 때 이름은 기노(寄奴)이며, 팽성현(彭城縣) 수여리(綏輿里)사람이다.”
. 河從百步響(하종백보향): 곧 백보홍(百步洪)으로, 동산현(銅山縣) 동남쪽에 있는데, 서주홍(徐州洪)이라고도 한다. 사수(泗水)는 이곳을 거쳐 지나간다. 홍(洪)은 돌방죽(石堰)이다.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 의하면, ‘홍(洪)’은 강이 갑자기 좁아지고 물살이 급한 곳을 말한다.
. 九里(구리): 구리산(九里山)으로, 서주(徐州)의 북쪽에 있다.
. 壖(연): 강가의 땅.
. 黃樓(황루): 서주성(徐州城) 동문 위에 있는 누각으로, 동파가 지은 것이다.
. 遲(지): 기다리다.
. 他年君倦游(타년군권유) 4구: 훗날 정근(鄭僅)이 고향에 돌아와 반드시 누각에 올라 나를 생각할 것이다.
. 使君(사군): 원님. 태수. 한 대(漢代) 이후, 주군(州郡)의 장관(長官)에 대한 존칭.

「해제」

43세(원풍원년, 1078년), 동파가 정근(鄭僅)을 서주(徐州) 황루(黃樓)에서 전송하며 지은 시이다. 먼저 황루의 지리적 배경을 서술하고 이어서 폭넓은 안목으로 서주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회고한 후, 정근과 헤어지는 서글픔을 시간의 추이에 따라 토로하고 있다.
1-4구는 강과 산으로 조화롭게 둘러싸인 황루의 공간적 배경을 묘사하였는데, 4구에서 작자의 감정도 이입시키고 있다. 5-10구에서는 서주와 관련된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였다. 역사적 인물들인 한 고조 유방(劉邦)과 항우(項羽), 조조(曹操)와 여포(呂布), 이광필(李光弼), 남조(南朝) 송 무제(宋武帝) 유유(劉裕) 등을 대비시키며 등장시키어 무게 있고 굳건한 기상을 노출시키며, 이곳과 관련된 일세를 풍미하던 인물들도 다 세상을 떠났다고 회고하고 있다.
11-12구는 시간을 현재로 돌이켜 과거의 혁혁한 역사영웅들의 땅이 황량한 밭으로 변한 현재의 모습을 상호 대비시키고 있다. 13-15구는 다시 현재의 공간적 배경을 묘사하여 황하와 산이 교차되는 자연 속에서 무언의 내적 합일의 장엄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묘사하고 있다.
17-18구는 강가 언덕에 서 있는 황루는 작자가 세운 것이라 밝히고 있다. 황루란 이름은 오행설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물의 상징은 흑색이고 물을 이기는 것은 흙이요 그 흙의 상징은 황색이다. 황하가 범람하여 물줄기를 바꾸어 서주성에 들이닥쳐 큰 홍수를 냈다. 동파는 이 서주의 대홍수를 막아내고서, 그 공으로 받은 황제의 하사금으로 누대를 지어 황루라고 칭했다.
19-28구는 가을과 봄을 대구를 사용해 훌륭히 묘사하며, 본래의 의도인 정근과 헤어지는 슬픔을 파악하여 묘사하고 있다. 현재 황루를 낙성하자, 정근이 인생여로를 거쳐 훗날 늙어 이곳 고향에 돌아올 때면 작자는 그때쯤 다른 곳에 가 있으리라는 환로(宦路)에 떠도는 자신의 인생을 잘 예감하고 있다.
거시적 안목과 힘 있는 필치로 호걸의 고장 서주 황루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묘사한 송별시에 웅장한 풍격과 동적인 분위기가 전편에 감돌고 있다.

* 저자소개: 蘇東坡 (소동파)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 (조규백)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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