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王維
석양은 시골 마을을 비추는데
궁벽한 골목으로 소와 양떼들 돌아온다.
촌 늙은이는 목동을 염려하여
지팡이 짚고 사립문에서 기다린다.
꿩이 울어대니 밀 이삭은 패고
누에가 잠에 드니 뽕잎도 드물어진다.
농부들 호미 들고 이르러
서로 만나 얘기하며 헤어지기 아쉬워한다.
이러한 한가로운 생활이 부러워
쓸쓸히 「식미(式微)」노래 읊조린다.
斜光照墟落, 窮巷牛羊歸.
野老念牧童, 倚杖候荊扉.
雉雊麥苗秀, 蠶眠桑葉稀.
田夫荷鋤至, 相見語依依.
卽此羨閑逸, 悵然吟式微.
늦봄 석양 무렵 농가의 정경과 그들의 한가로운 생활을 부러워하여 전원으로 돌아가고픈 작자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渭川(위천): 위수(渭水).
❖墟落(허락): 촌락. 황폐한 마을. 마을.
❖窮巷(궁항): 누항(陋巷). 누추한 골목. 깊은 골목.
❖荊扉(형비): 사립문. 가시로 만든 사립문.
❖雉雊(치구): 꿩이 울다.
❖麥: 김택(金澤)은 “麥”이 ‘보리’가 아니라 ‘밀’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위천(渭川) 유역인 감숙성, 섬서성 지방은 예나 지금이나 ‘보리’를 심지 않고 ‘밀’을 심기 때문이다. ‘보리’라고 보아도 가능한 해석이다.
❖秀(수): 이삭이 패다. (벼 따위에서) 이삭이 나와 꽃이 피다.
❖蠶眠(잠면): 누에가 잠을 자다. 누에가 클 때, 누에고치로 탈바꿈하기 전에 잠자는 것으로, 먹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것. 누에는 네 번 잠을 자고 나서 고치를 만든다. 여기서는 누에가 잠자기 전 많은 뽕잎을 먹었기에 뽕잎이 드물어졌음을 말함.
❖荷(하): 메다. 들다.
❖依依(의의):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모양. 섭섭해 하는 모양. 차마 떨어지지 못하는 모양.
❖卽此(즉차): 이와 같으니. 바로 이러하니. 내가 여기서 본 그들의 이러한 생활이. 지금까지 본 농가의 정경(情景)을 가리킨다.
❖悵然(창연): 실의(失意)한 모양. 한탄하는 모양. 슬퍼할 창.
❖式微(식미): 시경(詩經)․패풍(邶風), 「식미(式微)」, “쇠미하고 쇠미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式微式微, 胡不歸).” 이 시는 부역에 나간 사람이 돌아가고픈 정을 읊고 있다. 왕유는 그 돌아가고자 하는 뜻을 취하여, 관직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려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悵然吟式微(창연음식미): 쓸쓸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읊은) 「식미(式微)」노래 읊조린다.
❁작가 소개❁
왕유(王維): 701-761
자는 마힐(摩詰), 조적(祖籍)은 태원 기현(太原祁縣: 지금의 산서성 祁縣)이다. 상원(上元) 원년(760)에 상서우승(尙書右丞)이 되어, 세상에서는 “왕우승(王右丞)”이라고 불렀다. 성당(盛唐) 산수전원시파의 대표로 인정되고 있다.
❁역자(譯者) 소개❁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號, 己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國立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 중국 南京大學 중문과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故 硏靑 吳虎泳 老師께 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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