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2. 月下獨酌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李白
꽃 사이에 한 병 술을 놓고
짝할 사람 없이 홀로 술을 따른다.
술잔을 들고 밝은 달을 맞이하니
그림자와 함께 세 사람이 되었구나.
달은 원래 술 마실 줄 모르거니
그림자만 부질없이 내 몸을 따라 다닌다.
잠시 달과 그림자와 함께 해
즐기기를 모름지기 봄철에 해야지.
내가 노래하면 달은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도 덩실덩실 어지럽게 춤춘다.
깨어 있을 때는 함께 어울려 즐기지만
취한 후면 제각기 흩어진다.
길이 무정(無情)의 사귐[無情遊]을 맺어
아득한 은하수에서 다시 만나길 기약하세.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달 아래 꽃 사이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지은 시이다. 홀로 술을 마시지만 달과 그림자가 있어 외롭지 않음을 낭만적 필치로 묘사했다. 무생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이루었다.
❖壺(호): 병.
❖酌(작): 술을 따르다. 술을 마시다.
❖三人(삼인): 이백(李白) 자신, 달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가리킨다.
❖解(해): 알다.
❖徒(도): 공연히. 헛되이. 부질없이.
❖將(장): 함께. 偕. 거느리다. 바로 앞의 ‘伴(짝하다)’과 비슷한 의미이다.
❖行樂(행락): 향락. 즐겁게 놀다.
❖零亂(영란): 어지럽다. 흐트러지다.
❖無情遊(무정유): 달과 그림자와의 사귐. 세속적인 이해득실을 떠난 순수한 우정. 달이나 그림자는 사람과 같은 감정의 주체가 아니므로 무정(無情)의 사귐[無情遊]이라고 표현했다. 이 구에서 달과 그림자는 비록 무정하지만 이백에게는 더없이 다정한 벗으로 보여 영원한 사귐을 맺으려 하였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雲漢(운한): 은하수. 천상의 선경(仙境)을 가리킨다.
당시삼백수 정선 月下獨酌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동영상
*저자
. 이백(李白): 701-762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조적(祖籍)은 농서 성기(隴西成紀: 지금의 감숙성 秦安)이며, 중아시아 쇄엽성(碎葉城)에서 태어났다. 이백은 천재적인 시인이다. 두보는 그를 칭찬하여 “이백은 시가 무적이라, 표연하여 그 생각 무리들과 다르다(白也詩無敵, 飄然思不群)”(「春日憶李白」), “붓을 들면 비바람을 놀래게 하고, 시가 이루어지면 귀신을 흐느끼게 한다(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寄李白」)라 하였다. 왕안석(王安石)은 일찍이 이백 자신의 시구를 사용하여 이백의 시를 “맑은 물에서 연꽃이 나온 듯하여, 천연스러워 수식을 하지 않는다(淸水出芙蓉, 天然去雕飾)”라 평하였다.
* 역자(譯者) 소개: 조규백(曺圭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대학(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 중국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 중국 남경대학(南京大學) 중문과 연구학자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성균관대, 숭실대에서 학부생과 교육대학원의 강의를 맡고 있다.
저역서로 『중국의 문호 소동파』(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소동파사선(蘇東坡詞選)』(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하)』(공저), 『史記世家(하)』(공역), 『천자문주해(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蘇軾詩硏究」(박사논문), 「『詩經 ․ 鄭風』 愛情詩 小考」, 「출사와 은퇴 간의 갈등과 그 해소 - 蘇軾詩의 한 단면」, 「陶淵明시에의 동일화 양상과 陶詩의 창조적 수용 - 蘇軾詩의 한 단면」, 「蘇軾詩에 나타난 현실세계와의 괴리와 그 해소」 등 다수가 있다.
이메일 주소: sudo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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