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수형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종남산(終南山)을 내려와 곡사산인(斛斯山人)의 집에 묵으며 술을 마시다
李白
저물어 푸른 산을 내려오는데
산의 달[山月]도 나를 따라 돌아온다.
지나온 산길을 돌아보니
푸릇푸릇 안개 기운이 산허리를 둘렀다.
손잡고 그의 농가에 이르니
아이놈이 사립문을 열어 준다.
푸른 대숲의 그윽한 길로 들어가니
푸른 담쟁이덩굴이 길손의 옷자락에 스친다.
즐거운 이야기로 편히 쉬며
맛좋은 술 그럭저럭 함께 마신다.
길게 소리 내어 「송풍곡(松風曲)」을 읊조렸는데
곡이 끝나자 은하수의 별이 희미하다.
나는 취하고 그대 또한 흥겨울 제
거나하게 함께 세상일을 다 잊어버렸다.
당시삼백수정선 미모니콘 육성 동영상
暮從碧山下, 山月隨人歸.
卻顧所來徑, 蒼蒼橫翠微.
相攜及田家, 童稚開荊扉.
綠竹入幽徑, 靑蘿拂行衣.
歡言得所憩, 美酒聊共揮.
長歌吟松風, 曲盡河星稀.
我醉君復樂, 陶然共忘機.
이는 벗을 방문하는 시이다. 하산할 때의 경치, 농가의 그윽함, 그리고 벗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흥에 겨워 노래하는 정경을 그림처럼 묘사하고 있다.
❖終南山(종남산): 진령(秦嶺) 주봉(主峰)의 하나. 지금의 섬서성 서안시(西安市) 남쪽에 있는데, 당대(唐代)의 저명한 은거지이다.
❖過(과): 들르다. 방문하다.
❖斛斯山人(곡사상인): 성(姓)이 곡사(斛斯)인 산중의 은사.
❖置酒(치주): 술자리를 차리다.
❖碧山(벽산): 푸른 산. 여기서는 종남산을 가리킨다.
❖卻顧(각고): 돌아보다.
❖翠微(취미): 산자락의 초목이 푸릇푸릇 무성하다. 산자락의 푸릇푸릇한 산 기운. 푸릇푸릇한 산자락.
❖及(급): 이르다.
❖田家(전가): 농가. 곡사산인의 집.
❖荊扉(형비): 사립문.
❖靑蘿(청라): 푸른 담쟁이. 소나무겨우살이.
❖聊(료): 애오라지. 잠시. 잠깐. 우선. 약간. 조금. 그럭저럭.
❖揮(휘): 휘두르다. 여기서는 ‘잔을 들고 유쾌하게 술을 마시다’.
❖松風(송풍): 고금곡(古琴曲)으로, 「풍입송(風入松)」을 가리킨다. 별칭은 「송풍곡(松風曲)」이다.
❖河星稀(하성희): 은하수가 드물다. 밤이 이미 깊어 새벽이 다가온 것을 가리킨다.
❖陶然(도연): 거나하다. 술에 취하여 즐거운 모양.
❖忘機(망기): 기심(機心)을 잊다. 세속의 이욕(利欲)과 득실을 잊다.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조적(祖籍)은 농서 성기(隴西成紀: 지금의 감숙성 秦安)이며, 중아시아 쇄엽성(碎葉城)에서 태어났다. 이백은 천재적인 시인이다. 두보는 그를 칭찬하여 “이백은 시가 무적이라, 표연하여 그 생각 무리들과 다르다(白也詩無敵, 飄然思不群)”(「春日憶李白」), “붓을 들면 비바람을 놀래게 하고, 시가 이루어지면 귀신을 흐느끼게 한다(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寄李白」)라 하였다. 왕안석(王安石)은 일찍이 이백 자신의 시구를 사용하여 이백의 시를 “맑은 물에서 연꽃이 나온 듯하여, 천연스러워 수식을 하지 않는다(淸水出芙蓉, 天然去雕飾)”라 평하였다.
* 역자(譯者) 소개: 조규백(曺圭百)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대학(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 중국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 중국 남경대학(南京大學) 중문과 연구학자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성균관대, 숭실대에서 학부생과 교육대학원의 강의를 맡고 있다.
저역서로 『중국의 문호 소동파』(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소동파사선(蘇東坡詞選)』(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하)』(공저), 『史記世家(하)』(공역), 『천자문주해(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蘇軾詩硏究」(박사논문), 「『詩經 ․ 鄭風』 愛情詩 小考」, 「출사와 은퇴 간의 갈등과 그 해소 - 蘇軾詩의 한 단면」, 「陶淵明시에의 동일화 양상과 陶詩의 창조적 수용 - 蘇軾詩의 한 단면」, 「蘇軾詩에 나타난 현실세계와의 괴리와 그 해소」 등 다수가 있다.
이메일 주소: sudo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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