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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언덕길 사람들 '언덕을 오르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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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일기장은 하루에 한 장만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 한 친구로부터 일 년 치를 적을 수 있는 업무노트를 받았지만, 그 노트도 일기장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 페이지가 할당되었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월간 또는 연간 계획표가 앞장에 있고 뒷장에는 세계지도 같은 각종 자료와 주소록이 있다는 점이지요.

요즘에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업무랄 것도 없어서 그런 좋은 다이어리가 생겨도 적절하게 활용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여행을 할 때는 일기장과 업무다이어리의 기능이 중첩된 공책이 필요합니다. 간단한 느낌의 메모와 멋드러진 카페의 영수증이나 신문이나 잡지에서 찢어낸 것들을 붙이기 쉬운 용도의 스프링공책입니다. 

저는 일 년에 너 댓 권의 공책을 씁니다. 좋은 생각이나 추억을 떠올리는 낙서장이면서 간단한 아이디어스케치를 담기도 하고요. 그러니 꼭 하루에 한 장만 채운다면 그 알량한 창의력마저 스머스멀 기어들어 가지 않겠습니까? 처음 두어 장은 웝별행사 계획표가 있고 나머지 장은 여백의 공책이면 좋겠습니다. 줄이 있어도 좋고, 없으며 더 좋습니다.

한때 한 면은 여백으로 두고 맞은 면을 오선지로 그래진 공책을 직접 만들어서 썻더니 낙서를 하거나 스케치를 할 때마다 음악가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오선지 공책에 메모를 적어서 건네주면 글보다도 오선지의 쪽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책에서 가장 많이 께적대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가게이름 짓기'입니다. 카페의 이름을 짓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사업의 명함이나 간판을 디자인해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여기저기서 읽거나 귀동냥한 좋은 글귀를 적어 놓기도 합니다. 그 작업으로 최근에 탄생한 것은 당연하지만 '언덕길사람들'입니다.  그 아래에 '언덕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를 써넣었습니다. 이사야를 읽다가 들어온 글귀입니다. 

골목의 풍경이나 커피를 마시는 캐리커처를 그려놓아도 좋지만 아직 그 정도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공책에는 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을 느낀 대로 옮겨놓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때의 감성이나 번쩍이는 느낌을 다시 재현해 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기호들이 도움을 줍니다. 제 취향으로는 화살표와 따옴표 그중에서도 쉼표는 좋아하는 기호입니다. 크게 그리면 태극문양의 반쪽 같기도 하고, 화학기구인 레토르트라는 유리증류기가 떠오르기도 해서 좋습니다.

저의 잠버릇은 공책과 관계가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베개 곁에 공책과 연필을 두고 자는 것입니다. 그 흔한 볼펜이 아니라 연필을 두는 이유는 비교적 필기감이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공책으 빈 여백에 연필을 끼워두고 자는 것은 잠결에 떠오르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적어두기 위한 것이지요. 때론 돌아가신 부모님이 현몽하셔서 계시적인 숫자라도 일러주면 감읍하겠지만 여태까지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늘 감감해야 할 글이나 다음호에 써야햘 주제에 개한 강박관념 때문에 간혹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남들에게는 그리 감동적이 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공책을 가까이 하면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어휘의 부족과 생각의 편협함을 둘 수가 있습니다. 영어단어든 한자든 독특한 우리말이든 모든게 어설프고 부족합니다. 좋은 경관을 보고 들이댄 사진기에서 찍혀 나오는 풍경의 당혹감이라까. 다시 보면 부끄럽고 안타까운 것들뿐입니다. 그래서 너덜너덜해진 공책이 해마다 쌓여가지만 다시 들쳐보는 일은 거의 없스빈다. 사진도 찍고 나서 다시 보는 경우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저의 공책에 가득한 것은 유관순입니다. 1920년 옥중에서 죽어나가던 해부터 해마다 육환순은 일제의 형무소 창밖으로 얼굴을 디밀었을 것입니다. 어떤 때는 미움에 가득 찬 얼굴로, 그리고 연민의 눈빛으로...그렇게 그렇게 100년을 기다리면서 하늘을 쳐다보아왔을 것입니다. 아직도 일제의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 100년의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 100년 동안 감옥의 창밖을 내다봤을 유관순을. 100년의 유관순, 100개의 미소와 100개의 안타까움으로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월 1일은 아우내만세운동 99주년이며 마침 부활절입니다. 


언덕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마을이나 동네라고 하면 지리적. 행정적인 이유로 나눠지지만. 우리는 사회의식과 문화적인 느낌 그리고 역사 등에 대한 가치를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면서 책임 있는 역활을 해나가는 영역을 마을이라고 생각 합니다. 

언덕길 사람들 은 천안이나 충청남도 지역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한인 커뮤니티를 미롯한 국내외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많으 ㄴ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그 터의 이야기를 담아서 마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발행처 : 언덜길 사람들  발행인 김광선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신계1길 21 스마일 프라자A동 101호 

창간  2016년 9월 1일 www.hillyan.com  연락처 070-4194-1331         ocsdms@hanmail.net

[언덕길사람들]을 받아보실 분은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우편으로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이웃에 소개하셔도 좋습니다. 

후원금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후원계좌: 농협은행 /301-0219-1278-31 /언덕길사람들  

문의 : 010-6242-1331 (발행인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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