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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Spring

언덕길 사람들 5월호 우리동네 문화소식, 노래여 너마저 늙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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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 사람들

언덕을 오르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월간/우리동네 문화소식 5월호 . 

노래여 너마저 늙을 수는 없다. 발생인/ 대표 김광선


TV장수프로그램으로 [가요무대]가 있습니다. 늙을 줄 모르는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묘미도 있지만, 사연이 담긴 편지와 함께 흘러간 노래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듣고 싶은 노래와 신청한 사람의 사연을 함께 소개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편지가 주연이면 노래가 조연이 되는데 여기서는 노래를 들려주면서 편지가 배경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어떤 노래가 들려도 무슨 사연이 떠올려져도 다 내 노래요, 우리들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노래를 듣다보면 우리 땅의 방청객이나 이역만리의 시청자 나 눈물짓기는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지요. 

새벽에 나설 큰 누나의 교복을 다리면서 불렀다는 엄마의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물동이 호매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가 흘러나오면 엄마의 옛사랑이 궁금해집니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하며 아직 마싣자만 술잔을 어루만지시던 피난민 아버지의 얼굴 주름도 노래 가락 속에서 살며시 떨고 있지요. 대개가 사오십 대가 신청한 칠팔십 대 어른들의 삶이자 추억이 담긴 애창곡들입니다. 

이제 막 육십 대로 고개를 들이민 저의 친구들은 가혹한 군사독재 시절말기에 대학을 다녔으므로 시대의 아픔을 약간 비켜간 가락이 그 시절의 청춘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김정호의 [작은 새]와 [이름 모를 소녀]나 김민기와 양희은의 [아침이슬] 그리고 송창식의 해학적인 많은 노래들이 안개 속 등대처럼 희망의 메타포로 비취진 때문입니다. 덕분에 어설픈 썰을 풀었지만 이장희의 "자정이 훨씬 넘었네 ♬~"라면서 내뱉은 넋두리와 "그건 너, 너 때문이야♬~"의 핑계는 다 찰기 없는 물똥 같은 개똥철학이었습니다. 

요즘에느 ㄴ어느 모임에서나 노래를 한 두 곡을 부를 기회가 있답니다. 그래서 남몰래 준비해가지만 판을 깨는 저의 노래실력을 아는지 노래를 시키는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을 상상하고 『전국노래자랑』부터 『불후의 명곡』까지 유심히 보면서 노래와 간단한 율동을 생각해보긴 합니다. 하지만 '노래는 곧 그 사람이다'란 생각 때문인지 나만의 메시지를 전할 노래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네요.

윤항기의 『장미빛 스카프』를 부르다가, 아냐 이건 아냐 하고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를 읊조리다가 이미자와 조영남 버전이 더 좋아서 불러보지만 당치않음을 알게 됩니다. 이럴 땐 영원한 나의 형인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르면 모든 '친구'들에게 속마음도 전할 겸 괜찮을 것 같았지만 너무 많은 '친구'들이 부르는 바람에 희소성이 떨어져서 포기하게 되지요. 그렇다고 술김에 자주 부르는 "흘러가는 물결 그늘아래, 편지를 띄우고♬~"나 "인천의 성냥공장 성냥 공장 아가씨♬~"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은 늦은 저녁에 언덕을 오르면서 부릅니다. 장사익의 『찔레꽃』을, 아주 작은 소리로. 아무도 없지? 에라 김희갑 버전으로 『불효자는 웁니다』는 덤이다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머너님을~원통해 불러 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일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5이 간절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속내는 노래로, 노래는 편지가 되어서 거의 매일 도착합니다. 오늘도 노래는 세월을 압도하면서 영상과 추억을 끄집어내지만 서서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걸 보면, 노래도 분명 늙어가는 것 같습니다.

남이 내 노래를 불러서 나의 감정을 대신 전해줄 수는 없습니다. 빈곤한 음각이든 절대음각이든 나의 노래는 내가 불러야 하는 것이지요. 때맞춰 봄놀이도 있을 듯해서 더 늙기 전에 내 나이에 맞는 노래하나 살펴봐야겠습니다. 봄볕이 쏟아지는 아침 창가에 앉아 나와 같은 속도로 늙어가는 노래를 찾아봅니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 음~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임인데♬~" 하지만 노래에게 말합니다."그대여, 나와 함께 늙어갈 수는 없다.남아서 옛사랑을 기억해다오!"라고. 


<언덕길 사람들> 5월호 주제는 '사연'과 '편지'였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가족과 옛 친구 그리고 스승님도 떠오릅니다.


<언덕길사람들>은 16면으로 발행해서 후원자들의 이름과 함께 천안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곳과 해외한인 커뮤니티에 무료로 보내고 있습니다. 받아보실 분은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셔서(언덕길 사람들>을 우편으로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소개하셔도 좋습니다. 

구독신청과 후원문의는 010-6242-1331(발행인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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