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시선 – 사환전기(仕宦前期), 늙어감에 새 달력 볼까 두렵고, 서릿발과 눈발은 굳이 병든 나그네의 수염에 달라붙는다.
사진 이수형
33. 제야에 상주성 밖 들판에서 자며, 二首
除夜野宿常州城外, 二首
33-1. 其一
여행자들이 노래하고 들판에서 곡하는 것이 둘 다 매우 슬프게 들리고
저 멀리 등불과 낮은 별이 하나둘 점차 희미해지는 새벽이라.
섣달 그믐밤 새느라고 그런 것도 아닌데 병든 눈 잠들지 못하고
고향 사투리로 대화할 짝 없는 이곳 사무치게 고향 돌아갈 생각만 한다.
겹이불에도 다리 썰렁하니 밖에는 무서리가 많이 내렸나보다
머리 감으니 드문 머리털 가뿐하게 느껴진다.
희미해지는 등불이 나그네를 싫어하지 않아 고맙고
외로운 배 하룻밤 서로 의지함을 허락하더라.
行歌野哭兩堪悲, 遠火低星漸向微.
病眼不眠非守歲, 鄕音無伴苦思歸.
重衾脚冷知霜重, 新沐頭輕感髮稀.
多謝殘燈不嫌客, 孤舟一夜許相依.
(권11)
「주석」
. 孤舟一夜許相依(고주일야허상의): 이 시에는 동파의 다음과 같은 발문(跋文)이 있다. “나는 당시 39세로, 윤주 도중에 제야를 만나 지었다(僕時三十九歲, 潤州道中値除夜而作).”
「해제」
38세(희녕6년, 1073년) 11월, 동파는 명을 받아, 상주(常州), 윤주(潤州) 등 관내의 지역으로 구휼하러 가서, 이듬해 5월에 일을 마치고 항주에 돌아오게 된다. 이 시는 제야에 상주성 밖 들판에서 자며, 들판에서 밤에 들리는 소리와 분위기, 그리고 잠 못 이루고 고향생각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33-2. 其二
남쪽 항주로 와 삼년 객지생활 지냈으니
이러다간 평생을 노상에서 마칠까 두려워라.
늙어감에 새 달력 볼까 두렵고
집에 돌아가서는 북숭아 부적 붙여야겠네.
연화세계엔 이미 봄기운 머금어 포근한데
서릿발과 눈발은 굳이 병든 나그네의 수염에 달라붙는다.
다만 근심고생 없애버리고 건강히 오래 살아서
도소주(屠蘇酒: 귀밝이술) 사양 않고 나중에 마시네.
南來三見歲云徂, 直恐終身走道途.
老去怕看新曆日, 退歸擬學舊桃符.
烟花已作靑春意, 霜雪偏尋病客鬚.
但把窮愁博長健, 不辭最後飮屠蘇.
(권11)
「주석」
. 三見歲云徂(삼견세운조): 이미 3년이 지나가다. 徂: 가다. 지나가다. 작자는 희녕4년 겨울 항주통판에 임용되었으니, 지금 이미 세 번째 제야를 지낸다.
. 擬(의): 생각하다.
. 桃符(도부): 옛 풍습에, 정월 초에 두 장의 복숭아나무로 켠 판자에 “신도(神荼), 울뢰(鬱壘) 두 문신(門神)을 그려서, 문짝에 붙여 악귀를 쫒던 부적으로, 매년 한 번 바꾼다.
. 烟花(연화):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
. 博長健: 넓고 길이 건강하다. 博(박): 넓다. 얻다.
. 屠蘇(도소): 술에 담가 연초에 마시는 약의 이름. 도소주(屠蘇酒). 설날에 먹으면 사기(邪氣)를 물리친다는 술. 옛 풍습에, 정월 초 집안사람이 하루 나이 어린 사람부터 차례로 도소주를 마신다.
「해제」
동파가 명을 받아 상주(常州), 윤주(潤州) 일대를 구휼하고, 제야에 상주 교외에서 잘 때 지었다. 제야에는 세월의 빠른 흐름에 대한 탄식이 나온다. 동파는 들에서 자니, 그 감개가 더욱 깊다. 이 시는 작자의 처량한 심경을 부각시켜, 연화세계(인간세계)의 봄뜻과 비교하여, 작자의 늙고 무력한 상심이 표현되고 있으나, 그는 당시 40세도 채 안되었다. 마지막 2구는 밝은 색조를 띠어, ‘장건(長健: 길이 건강하다)’하다고 격려하나, 밝은 색조도 한계가 있어 끝으로 늙음을 자처하니, 전체에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王王)
33. 제야에 상주성 밖 들판에서 자며, 二首
除夜野宿常州城外, 二首
33-1. 其一
여행자들이 노래하고 들판에서 곡하는 것이 둘 다 매우 슬프게 들리고
저 멀리 등불과 낮은 별이 하나둘 점차 희미해지는 새벽이라.
섣달 그믐밤 새느라고 그런 것도 아닌데 병든 눈 잠들지 못하고
고향 사투리로 대화할 짝 없는 이곳 사무치게 고향 돌아갈 생각만 한다.
겹이불에도 다리 썰렁하니 밖에는 무서리가 많이 내렸나보다
머리 감으니 드문 머리털 가뿐하게 느껴진다.
희미해지는 등불이 나그네를 싫어하지 않아 고맙고
외로운 배 하룻밤 서로 의지함을 허락하더라.
行歌野哭兩堪悲, 遠火低星漸向微.
病眼不眠非守歲, 鄕音無伴苦思歸.
重衾脚冷知霜重, 新沐頭輕感髮稀.
多謝殘燈不嫌客, 孤舟一夜許相依.
(권11)
「주석」
. 孤舟一夜許相依(고주일야허상의): 이 시에는 동파의 다음과 같은 발문(跋文)이 있다. “나는 당시 39세로, 윤주 도중에 제야를 만나 지었다(僕時三十九歲, 潤州道中値除夜而作).”
「해제」
38세(희녕6년, 1073년) 11월, 동파는 명을 받아, 상주(常州), 윤주(潤州) 등 관내의 지역으로 구휼하러 가서, 이듬해 5월에 일을 마치고 항주에 돌아오게 된다. 이 시는 제야에 상주성 밖 들판에서 자며, 들판에서 밤에 들리는 소리와 분위기, 그리고 잠 못 이루고 고향생각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33-2. 其二
남쪽 항주로 와 삼년 객지생활 지냈으니
이러다간 평생을 노상에서 마칠까 두려워라.
늙어감에 새 달력 볼까 두렵고
집에 돌아가서는 북숭아 부적 붙여야겠네.
연화세계엔 이미 봄기운 머금어 포근한데
서릿발과 눈발은 굳이 병든 나그네의 수염에 달라붙는다.
다만 근심고생 없애버리고 건강히 오래 살아서
도소주(屠蘇酒: 귀밝이술) 사양 않고 나중에 마시네.
南來三見歲云徂, 直恐終身走道途.
老去怕看新曆日, 退歸擬學舊桃符.
烟花已作靑春意, 霜雪偏尋病客鬚.
但把窮愁博長健, 不辭最後飮屠蘇.
(권11)
「주석」
. 三見歲云徂(삼견세운조): 이미 3년이 지나가다. 徂: 가다. 지나가다. 작자는 희녕4년 겨울 항주통판에 임용되었으니, 지금 이미 세 번째 제야를 지낸다.
. 擬(의): 생각하다.
. 桃符(도부): 옛 풍습에, 정월 초에 두 장의 복숭아나무로 켠 판자에 “신도(神荼), 울뢰(鬱壘) 두 문신(門神)을 그려서, 문짝에 붙여 악귀를 쫒던 부적으로, 매년 한 번 바꾼다.
. 烟花(연화):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
. 博長健: 넓고 길이 건강하다. 博(박): 넓다. 얻다.
. 屠蘇(도소): 술에 담가 연초에 마시는 약의 이름. 도소주(屠蘇酒). 설날에 먹으면 사기(邪氣)를 물리친다는 술. 옛 풍습에, 정월 초 집안사람이 하루 나이 어린 사람부터 차례로 도소주를 마신다.
「해제」
동파가 명을 받아 상주(常州), 윤주(潤州) 일대를 구휼하고, 제야에 상주 교외에서 잘 때 지었다. 제야에는 세월의 빠른 흐름에 대한 탄식이 나온다. 동파는 들에서 자니, 그 감개가 더욱 깊다. 이 시는 작자의 처량한 심경을 부각시켜, 연화세계(인간세계)의 봄뜻과 비교하여, 작자의 늙고 무력한 상심이 표현되고 있으나, 그는 당시 40세도 채 안되었다. 마지막 2구는 밝은 색조를 띠어, ‘장건(長健: 길이 건강하다)’하다고 격려하나, 밝은 색조도 한계가 있어 끝으로 늙음을 자처하니, 전체에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王王)v
* 저자소개: 蘇東坡 (소동파)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 (조규백)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