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소동파시선 사환전기(仕宦前期) 1. 강물 위에서 산을 보며 江上看山

koreafood 2019. 11. 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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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1. 강물 위에서 산을 보며

江上看山


배 위에서 산을 보니 달리는 말 같아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의 산봉우리를 지나간다.

앞산은 들쭉날쭉 홀연히 모습 변하고

지나친 봉우리는 어지러이 뒤엉켜 놀래 달아나는 듯하다.


위로 보니 좁은 산길 비스듬히 구불구불하고

산 위에는 행인 있어 높고 아스라이 멀다.

배 안에서 손들어 행인과 얘기하고 싶건만

외로운 돛단배는 나는 새처럼 남쪽으로 가는구나.


船上看山如走馬, 倏忽過去數百羣.

前山槎牙忽變態, 後嶺雜沓如驚奔.

仰看微逕斜繚繞, 上有行人高縹緲.

舟中擧手欲與言, 孤帆南去如飛鳥.

(권1)


「주석」


. 倏忽(숙홀): 순식간에. 아주 빨리.

. 槎牙(사아): 얽히고설킨 모양.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 울퉁불퉁. 여기서는 山勢의 起伏을 가리킨다.

. 雜沓(잡답): 섞이어 어지러운 모양. 혼잡하다. 소란스럽다.

. 繚繞(요요): 꾸불꾸불 빙빙 돌다. 둘러싼 모양. 맴돌다.

. 縹緲(표묘): 멀고 어렴풋하다. 가물가물하고 희미하다. 어렴풋하여 뚜렷하지 않은 모양.


「해제」


이 시 역시 소동파가 24세(嘉祐4년, 1059년) 10월, 아우 소자유(蘇子由: 소철蘇轍)와 함께 부친 소순(蘇洵)을 따라 남행(南行)하여 수로(水路)로 형주(荊州)로 갈 때 지은 시이다. 장강 상류에서 하류로 빨리 달리는 배 위에서 강 연안의 산을 보면서 그 변화하는 경치를 묘사하고 있다. 순식간에 비동(飛動)하는 경관의 순간형상을 포착하여 강한 동태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자는 산 위의 행인과 대화하고 싶으나 자신이 탄 배가 나는 새처럼 지나가 버리는 데서 일말의 아쉬움도 남기고 있다. 주체는 동태적이고 객체는 정태적이다.



* 저자 소개

소동파


소동파(1036-1101, 음력)는 중국이 낳은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북송(北宋)은 중국의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자유스런 사고와 개성을 중시하였으며, 유불도(儒佛道)사상이 합류(合流)하는 기풍이 있었다.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의 문학영역은 물론 서법, 회화, 의학, 경학(經學),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정치가, 행정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가(儒家)임을 자부하면서도 도가와 불가사상에 대해서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전형적인 특성을 확립시킨 시인이며,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고, 삶의 지혜를 밝혀 낼 만큼 깊으며, 자유분방하다. 또한 신선함,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고가 깊고 학문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기지가 있다. 사대부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불도 사상이 합류되어 있고, 인생철리가 함유되어 있다. 거시적 미시적 안목을 두루 갖춘 그의 문학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 역자 소개

조규백(曹圭百) sudongpo@hanmail.net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 중문과 방문학인(訪問學人), 복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사천대학(四川大學) 고적연구소(古籍硏究所) 연구학자(硏究學者)를 역임했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에서 중국고전을 배웠으며, 이어서 한학자 고(故) 연청(硏靑) 오호영(吳虎泳) 노사(老師)께 한학(漢學)을 사사하였다. 성균관대, 숭실대의 강사와 제주관광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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