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소동파 사선 -치마 입은 여자 허리춤에 꽃이 분분히 나풀거려도 꽃이 좋아 쓸지 아니한다.

koreafood 2019. 5. 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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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수형


31. 진관(秦觀)의 매화시에 화답하여
和秦太虛梅花

서호처사 임포는 죽어 유골은 바싹 말라 버렸는데
단지 그대의 이 시가 있어 임포의 매화시를 압도하네.
동파선생은 마음이 이미 사그라져 재가 되었는데
그대의 매화시를 좋아한 까닭에 매화에 의해 번뇌하게 되었다네.

매화꽃 구경하려고 말을 세워 황혼을 기다리니
잔설은 아직 덜 녹았는데 달은 일찌감치 떠오르네.
강가의 수많은 나무엔 봄 싹이 아직 안돌아 어둑어둑 한데
대나무 밖에 매화 한 가지 빗기어 피니 경치 더욱 좋더라.

서호의 고산(孤山) 아래 술 취해 누어 자던 곳
치마 입은 여자 허리춤에 꽃이 분분히 나풀거려도
꽃이 좋아 쓸지 아니한다.
만 리 먼 곳에서 온 봄빛은 귀양 온 나를 따라 황주로 오고
십년 동안 매화꽃을 보내고 나는 늙어만 간다.

작년 꽃 피는 시절엔 나는 병들었었고
올해 다시 매화꽃을 대하니 가슴에 구슬픈 생각이 인다.
하루 밤새 비바람 불어 봄을 거둬 돌아감을 알지 못하고
매화꽃 남은 향기를 모아 하늘로 돌려보낸다.

西湖處士骨應槁, 只有此詩君壓倒.
東坡先生心已灰, 爲愛君詩被花惱.
多情立馬待黃昏, 殘雪消遲月出早.
江頭千樹春欲闇, 竹外一枝斜更好.
孤山山下醉眠處, 點綴裙腰紛不掃.
萬里春隨逐客來, 十年花送佳人老.
去年花開我已病, 今年對花還草草.
不知風雨捲春歸, 收拾餘香還畀昊.
(권22)

[주석]

. 秦太虛(진태허): 진관(秦觀), 자(字)는 태허(太虛). 훗날의 자(字)는 소유(少游)이다. 호는 회해거사(淮海居士)이다. 양주(揚州) 고우(高郵)사람이다.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의 한 사람이다.
. 西湖處士骨應槁(서호처사골응고): 서호처사 임포는 죽어 유골은 바짝 말라 버렸는데. 임포(林逋)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 되었음을 이른다. 임포(林逋)는 자(字)는 군복(君復)으로, 전당(錢塘)사람이다. 항주 서호의 고산(孤山)에 은거하였는데, 매화를 매우 좋아하였다. 그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성근 가지 그림자 얕은 맑은 물에 가로 빗기어, 은은한 향기 달뜨는 황혼에 피어오르네(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는 명구이다.
. 只有此詩君壓倒(지유차시군압도): 단지 그대의 이 시가 있어 임포의 매화시를 압도하네. 이 시어는 과분하게 진관의 시를 찬미한 것이다.
『동파제발(東坡題跋)』卷3,「평시인사물(評詩人寫物)」조(條), “시인은 만물을 묘사하는 공로가 있다. ‘뽕잎사귀 떨어지지 않았으니, 그 잎사귀 윤택하네.’라고 하였으니, 다른 나무는 이 뽕나무를 당해낼 수 없다. 임포의 「매화」시에 “성근 그림자 얕은 맑은 물에 가로 빗기어, 은은한 향기 달뜨는 황혼에 피어오르네.”라고 했으니, 절대로 복숭아나 오얏꽃을 읊은 시는 아니다(詩人有寫物之功. ‘桑之未落, 其葉沃若’, 他本殆不可以當此, 林逋梅花詩云,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決非桃李詩).”
. 點綴(점철): 장식하다. 단장하다.
. 佳人(가인): 여기서는 작자 자신을 가리킨다.
. 草草(초초): 썰렁하다. 구슬프다. 근심스럽다. 대충대충. 허둥지둥.
. 捲春歸(권춘귀): 봄을 말아 돌아가다. [아직도 봄이거니 생각하다.]

[해제]

. 49세(원풍 7년, 1084년) 봄에 지었다. 이 시는 진관(秦觀)의 「화황법조억건계매화동참료부(和黃法曹憶建溪梅花同參寥賦)」시에 화답한 것이다. 유배지에서의 매화에 감정이입하여, 귀양 온 자신에 대한 감회를 읊고 있다. 사실상 진관의 이 시는 수준이 높긴 하나 임포의 매화시를 능가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정평이다.




* 저자소개: 蘇東坡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본명이 소식(蘇軾)이며,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더불어 “삼소(三蘇)”라 불린다. 그는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 예술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천재적 자유정신과 재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해낸 대문호로서 더욱 알려졌다.
자유정신과 이성적 사유, 그리고 개성을 중시했던 북송의 문화와 문학정신, 시대정신이 그에게 역력히 구현되어 있다. 문학의 경우, 그는 시, 사(詞), 산문, 부(賦) 등 여러 장르에 모두 뛰어나 각기 시대의 최고봉이다.
또한 그는 경학(經學)․고고학․음식 만들기․술의 제조․차(茶)의 품평․서예․그림, 그리고 예술감식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 역주자 소개

曹圭百

韓國外國語大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成均館大 중어중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臺灣大學 중문과 訪問學人, 중국 復旦大學 중문과 박사후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중국 四川大學 古籍硏究所 硏究學者를 역임했다. 그리고 民族文化推進會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제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現在 濟州觀光大學 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실적으로는 󰡔中國의 文豪 蘇東坡(역주), 소동파산문선(역주), 제주관광중국어회화(상, 하), 史記世家(下)(공역), 千字文註解(前) - 아들을 위한 천자문 등의 역저서와, <詩經․鄭風 愛情詩 小考>, <蘇軾詩硏究>, <出仕와 隱退間의 갈등과 그 解消 - 蘇軾詩의 한 斷面>, <陶淵明에의 同一化樣相과 陶詩의 創造的 受容 - 蘇軾詩의 한 斷面>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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